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788) 이의 없습니다, 주님/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9. 8. 17:51

본문

 

복음생각 (788) 이의 없습니다, 주님/ 장재봉 신부

연중 제22주일 (마르코 7,1-8, 14-15, 21-23) 귀담아 들어라
발행일 : 2012-09-02 [제2810호, 18면]

 


 
오늘 그분께 바쳐 올리는 교회의 기도에 마음을 실어봅니다.

“저희 입술로 드리는 찬미가 마음 깊은 곳에서도 울려 퍼지게 하소서.”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고 인정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만 모든 정황을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상상하고 이해하되 자기 생각에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몹시 불편해합니다. 더해서 의심하고 믿을 수가 없다고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기 일쑤입니다. 그러한 인간의 성향 탓에 우리도 툭하면 자신의 얕은 지식과 경험 속에 하느님의 능력을 제한하려는 버릇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걸핏하면 그분의 능력을 눈에 보이는 것에 한하려 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그분께 바쳐 올리는 교회의 기도가 알싸히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그날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에는 아랑곳 하지 않았던 사람들, 인간의 규례에 묶여 그분을 몰아세우고 있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힘없고 가난한 군중들에게만은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고 이르시며 ‘살짝’ 진리를 일깨워주셨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우리에게 무어라 말씀하실까 생각해 봅니다. 그분의 복음을 믿는다면서도 그분의 진실에 다가가지 않는 우리에게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라고 매섭게 지적하실 것만 같습니다.

아담과 하와처럼 늘 자신의 죄를 감추고 핑계 대며 그분 눈에 띄지 않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기도합니다. 몸을 숨긴들, 앞을 가린들, 우리 허물이 결코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자백합니다. 허물을 숨기기 급급하다 들키면 “재수 없다”고 핑계 대는 세상을 십자가 나무 아래로 인도합니다.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 죄를 지워줄 수가 없음을 고백하며 “저희 안에 심어주신 말씀으로 온 삶이 거룩하고 새로워지게 하소서”라고 탄원을 올립니다. 주님 앞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봉헌하며 치유해 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하느님만이 우리 죄를 덮어주고 가려주실 분이라는 진리에 의탁하여 아니 볼 것을 보고,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했던 모든 죄가 십자가의 예수님을 통해서 깨끗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선포합니다.

신명기 말씀은 사십 년 광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가나안 땅으로 입성하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들려준 모세의 유언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내용이 온통 “쉐마 이스라엘”, 그분의 말씀을 잘 새겨들으라는 당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하느님’을 잊지 말라는 부탁입니다.

이어지는 야고보서의 말씀도 매한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뜻을 정하시고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시어, 우리가 당신의 피조물 가운데 이를테면 첫 열매가 되게 하셨다”는 진리를 거듭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부디 그 사실을 기억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을 뿐 아니라 말씀대로 실천할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이쯤에서 성경 말씀은 매일 그 말이 그 말이라 하품이 나오려고 합니다.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잔소리 같습니다. 옳은 소리, 바른 소리인 것은 인정하지만 재미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의 한 구절이 졸린 눈과 귀를 꼬집어 깨웁니다.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분을 알고 그분의 뜻을 알고 그분의 사랑을 얻은 그리스도인이 말씀을 그저 ‘듣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자신을 속이는 사람’ 이라고 지적당하니 뜨끔합니다.

우리 안에 심어진 말씀은 우리 생각으로 자라납니다. 우리 안에 부어 주신 생명의 말씀은 사랑으로만 가꿀 수 있는 하늘나무입니다. 단단한 믿음으로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행위로써만 성장하여 열매를 맺습니다. 오늘 “귀담아 들어라” 하신 그분의 말씀을 흘려듣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그분의 복음을 살뜰히 챙기고 실천해야 할 이유입니다.

죄의 유혹은 삶 안에서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죄의 질기고 질긴 유혹보다 훨씬 강한 주님의 사랑이 우리를 지켜주시니, 끄떡없습니다. 세상과 ‘다른’ 사랑과 희생의 모습을 살아가라는 그분의 명령도 겁나지 않습니다. 그분의 명령에 전혀 이의 없습니다.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