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기서 수치가 계속 올라가요”
지난 20일 온실가스 이동관측 차량이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 인근의 도로를 지나는 순간 대기 중 메탄(CH4) 농도가 순간 3000ppb까지 치솟았다. 수도권매립지 내에서도 메탄 농도는 시시때때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지구를 더 뜨겁게 하는 메탄 배출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메탄은 주로 화석연료나 가축의 분뇨나 쓰레기 등이 썩는 과정에서 생긴다. 도시에서는 쓰레기매립지나 수처리시설, 발전소나 난방시설 등이 주요 메탄 배출원이다.
그런데 실제로 서울 시내 곳곳의 대기 중 메탄 농도를 관측해보니 생각지 못한 곳들에서 배출되고 있다는 게 포착됐다. 바로 도로 곳곳에 깔려 있는 빗물받이와 맨홀이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의 연구팀이 2022년 9월~2023년 1월 관악구 내에서 맨홀 1907개와 빗물받이 4793개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측정했더니 평균 메탄 농도가 2466ppb로 관측됐다. 메탄 농도가 높은 곳에서는 최대 2만6171ppb까지 관측됐다. 도시 지역의 대기 중 메탄 농도는 통상 2000~2200ppb다.
빗물받이와 맨홀은 도로 위의 눈과 비 등을 하수도로 유입시킨다. 그런데 서울 시내 대부분의 하수도에는 빗물과 생활하수, 폐수 등이 섞여 흐른다. 하수처리시설로 흘러가는 와중에 생성된 메탄이 빗물받이와 맨홀을 통해 다시 대기로 새어나간다.
관악구의 빗물받이와 맨홀에서 새어나오는 메탄의 양은 서울 시내 4곳의 하수처리시설에서 나오는 메탄의 16.7% 수준이다. 이를 서울 25개 자치구에 대입해보면 빗물받이와 맨홀에서 나오는 메탄이 하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4배 수준일 수 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 관리할 때에 빗물받이 맨홀 등에서 새어나가는 메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도시 곳곳에서 새고 있는 메탄 등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메탄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하는 열을 대기 중에 붙잡아두는 온실가스 중 하나다. 메탄이 이산화탄소만큼 양이 많지는 않지만 온실효과가 약 80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양이라면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적외선을 80배 더 많이 흡수해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는 뜻이다.
대기 중 메탄 농도가 늘어나는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온실가스 연보에 따르면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98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2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907ppb에서 2022년 1923ppb로 1년 새 16ppb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간 연평균 증가율(10.2ppb)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약 60%는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특히 도시는 주요 메탄 배출원 중 하나로 전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인간의 노력에 따라 메탄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05개국은 2030년까지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대기 중 메탄 농도 분포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제공]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의 메탄 이동관측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제공]
빗물받이나 맨홀을 틀어 막는다고 해서 도시 메탄 배출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하수와 오폐수,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등 오염원들을 줄여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난방을 아끼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사소한 행동들도 도시 메탄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 등 큰 규모의 건물에서도 메탄이 평균 이상으로 배출됐다. 내부 환기와 난방 등을 통해서다. 압축천연가스(CNG)를 연료로 하는 버스에서도 불연소되거나 새어나온 메탄들이 관측됐다.
주재원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팀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주요 배출원에 따라 산정하는 것으로 실측된 수치가 아니다”며 “빗물받이나 맨홀 등 온실가스 배출량에 산정되지 않은 곳에서 나오는 메탄 등까지 정확히 파악해 감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소현 기자 입력 2024. 2. 22
addressh@heraldcorp.com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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