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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맥주 원조는 중국?..9천년 전 도자기 그릇서 흔적 확인

역사(History)

by 巡禮者 2021. 9. 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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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맥주 원조는 중국?..9천년 전 도자기 그릇서 흔적 확인

 

무덤 부장품 호리병 모양 도자기 등서 맥주 잔여물 나와
미 연구팀 "맥주 만들어 마신 가장 오래된 증거"

 

중국 남부 차오터우 유적지서 발굴된 도자기 그릇 [Jiajing Wan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바이주'(白酒)의 나라로 알려진 중국에서 이미 9천 년 전에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나왔다.

이 시대 무덤에서 부장품으로 발굴된 도자기 그릇 안에서 맥주 발효에 이용된 곰팡이 등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 고대 맥주는 물론 현대인들이 마시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맥주는 기술적으로 곡물의 녹말을 당으로 바꾸고, 이 당을 알코올로 발효하는 2단계 과정을 거치는 음료를 지칭하는데, 이번에 확인된 것은 인류가 맥주를 만들어 마신 가장 오래된 증거로 제시됐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인류학 조교수 왕자징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중국 남부 차오터우의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도자기 그릇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이 발행하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현재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이 유적은 가로 80m, 세로 50m에 높이 3m의 둔덕 형태로 폭 10~15m에 깊이 1.5~2m의 도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서 두 구의 유해와 함께 고품질의 도자기 그릇이 있는 구덩이가 여러 개 발굴됐다.

일부 그릇에는 흰색 나뭇가지가 그려져 있고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장식돼 있는데, 이 시기에는 이런 도자기 그릇이 발굴된 적이 없어 "그림 있는 도자기로는 가장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차오터우 유적에서 발굴된 도자기와 도자기 그림 [Wang et al. 2021 PLOS ON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5583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차오터우 유적에 발굴된 유해와 도자기 [Leping Jian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은 그릇에 남아있던 내용물이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도자기 그릇 중 상대적으로 작고 술잔처럼 한 손으로 잡을 수 있게 된 형태의 그릇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분석 대상 20개 중 7개는 술병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목이 긴 호리병(葫) 모양이었다.

 

연구팀은 그릇 안쪽에서 녹말과 화석화한 식물 조직인 '식물석'(phytolith), 곰팡이류 등의 잔여물을 채취해 분석하고, 주변 토양에서 채집한 시료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도자기 그릇에서 나온 녹말가루와 식물석 등 미세식물과 곰팡이, 이스트 등의 미생물이 맥주 발효 뒤 남는 것과 일치했다. 이런 성분은 자연 토양이나 술을 담지 않았던 다른 그릇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왕 박사는 "차오터우 항아리에 남은 잔여물 분석을 통해 이 그릇이 맥주를 담는 데 이용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현대인이 마시는 IPA 맥주와 같지는 않지만, 쌀과 율무, 그리고 종류를 알 수 없는 덩이줄기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 음료"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벼의 겉껍질인 왕겨와 다른 식물의 식물석도 검출됐다며, 이는 발효제로 첨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차오터우 호리병 모양 그릇에서 확인된 잔여물 [Wang et al. 2021 PLOS ON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5583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남부 양쯔강 주변은 현재 쌀 주산지로 돼 있지만 쌀 재배는 약 1만년~6천년 전에 점진적으로 이뤄져 9천년 전만 해도 쌀 재배는 초기 단계였다고 한다. 이때는 대부분이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터라 쌀은 귀했으며 이를 이용해 만든 맥주는 제례에 중요하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고대 맥주에 사용된 곰팡이류는 사케를 비롯해 동남아에서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들 때 이용하는 누룩곰팡이와 아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 박사는 "9천 년 전 인류가 어떻게 이 곰팡이를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쌀이나 곡물이 오래되면 곰팡이가 피고 더 달고 알코올 성분도 갖게 된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라면서 "곰팡이가 피는 생화학적 과정은 몰랐겠지만, 발효되는 것을 지켜보고 시행착오를 거쳐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차오터우의 도자기류가 발견된 곳이 주거 흔적이 없는 무덤 인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대 맥주는 죽은 사람과 관련된 의식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의식에서 사용되는 술은 사회적 관계와 협력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었으며 이는 약 4천년 뒤 출현하는 쌀 재배 농경사회의 전신과 같은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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