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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왕 대축일-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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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왕 대축일-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발행일 : 2004-11-21 [제2424호]

“핍박과 조롱 각오하고 왕직 수행해야”

행복을 주는 요소들이 많이 있겠습니다만 그 중에 하나가 「마지막」 즉, 끝이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끝이 있기에 우리는 힘들고 고통스런 상황과 현재의 행복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인생의 최고의 가치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4년간 연재했던 「복음 생각」을 마무리하면서 약간의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행복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기쁨과 어려움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몇 번 포기하고픈 순간도 있었습니다만 어떻든 4년여의 시간을 썼다는 사실 때문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이제는 원고를 써야 되는 주일을 강박 관념없이 기쁜 주님의 날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어떻든 그 동안 부족한 제 글을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하나마 쓸 수 있었던 것은 몇몇 독자님들의 열정적인 격려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동안 부족한 제 글이 마음에 차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필자의 능력으로 이해해주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복음 묵상을 시작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중 제34주일을 지내면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그리스도의 왕권을 기리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게 됩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는 의미는 우리가 세례로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게 됨을 기념하면서 온 세상이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따라 새롭게 되도록 기도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오늘 우리는 복음을 보면 약간은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왕하면 뭔가 모르지만 호화로운 궁전과 권력, 엄위와 힘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기대하는 것은 막연하게나마 화려함과 웅장함이 깃들어 있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을 통해 만나는 예수님의 모습은 그러한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만이 보여집니다.

단지 『유다인의 왕』이라는 조롱 섞인 죄목만이 예수님이 왕이심을 보여주고 있을 뿐, 예수님의 엄위로운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환호와 박수 화려한 왕관과 왕좌는 고사하고 조롱과 모욕, 가시관과 십자가만이 오늘의 주인공이요 왕이신 예수님을 묘사하는 도구들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우리가 이해하는 왕의 개념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사실과 왕이신 예수님은 세상의 왕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의 왕직을 수행한다는 사실입니다.

심판과 조롱 멸시마저도 각오하면서 걸어가신 길, 가난과 봉사의 왕직이 바로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입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한가 하면 바로 오늘의 우리들이 수행해야할 기본사명인 왕직(봉사직)이 바로 예수님의 이 모습 안에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우리 신앙인들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왕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가난과 핍박, 희생과 봉사뿐 아니라 조롱과 멸시마저도 각오한다는 것이고 그러한 태도만이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는 그 분의 나라에 참여하게 되는 모범적인 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라고 고백하는 한 죄수의 모습입니다.

「윤리적인 죄를 넘어서는 신앙」, 「자신(의 죄)을 앎과 예수 그리스도를 앎」, 그리고 「멸시와 조롱 앞에서 예수님께 매달리는 신앙」.

이것이 바로 그분 나라의 시민이 될 수 있는 자세임을 보여주면서 구원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예수님을 신앙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행해야 할 삶은 외적인 무엇이 아니라 내적이고 정신적인 자각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모욕과 멸시 천대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죄인의 몸으로 구원의 길로 나아간 한 죄수의 모습! 이 한주 우리가 살아야 또 하나의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홍금표 신부〈원주교구 삼척종합복지관장〉

▧ 지난 4년동안 복음생각을 집필해주신 홍금표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제1주일(11월 28일)부터는 부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허성(야고보) 신부님께서 수고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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