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다.
마음의 스승이 되는 스님이 몇 분 계신다.
그 중 한 분 얘기다.
내가 아직 이십대였던
어느 해,
산사에 찾아가 머물 때였는데
어디선가 포장이 몹시 꼼꼼하게 된 소포가 왔다.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고 할 때
스님이 말씀하셨다.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다.”
포장 끈의 매듭을 푸느라
한동안 끙끙거리며 나는 짜증이 났다.
가위로 자르면 편할 걸
별것 다 나무라신다고 속으로 구시렁거렸지만,
나는 끙끙거리면서도 결국 매듭을 풀었다.
다 풀고 나자 스님 말씀, “
잘라 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 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 수 있겠지?”
천진하게 웃으시더니 덧붙이셨다. “
잘라내기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인연처럼!
김선우 시인
화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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