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사연...
그곳에 가면.
예쁜 옷 입으시고
미소를 지으며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슬픈 그대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새벽을 가르며
숨차 오름도 이기고
당신에게 갔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늦은 걸음에
당신은 기다리지 않고
쌓이고 쌓인 낙엽이 되어
하나하나 사연을 낙엽에
적어놓고 떠나갔습니다
사랑스런운 당신의
붉디붉은 얼굴 기억하려
애를 써도 인적없는
산골의 골바람만이
쓸쓸히 스쳐지나 갑니다.
그때는 몰랐다
그때는 몰랐다.
길을 걷는다는 것과
길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가를.
사람들은 간혹 내게 묻는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사니까 정말 행복하겠다고. 정말 보람있겠다고.
얼마나 좋으냐고. 근심걱정이 없겠다고.
얼추 맞는 말이다. 행복하고, 보람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길을 내면서도,
나는 종종 외로워하고, 때로 분노하고, 절망한다.
사랑에 대한 갈증으로 고통스러워한다.
- 서명숙의《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