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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

아름다운시

by 巡禮者 2010. 9. 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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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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