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어둠앓이 (0) | 2010.09.18 |
---|---|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김종옥 수녀 (0) | 2010.09.17 |
8월의 연가(戀歌)/오광수 (0) | 2010.08.23 |
가을에 오십시오 -송해월 (0) | 2010.08.17 |
해바라기에게 / 이해인 (0) | 201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