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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헌것을 더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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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3. 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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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헌것을 더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을 알리는 첫닭이 울면
샛별보고 논밭으로
나가시는 아버지는
일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먼동이 트기 전에 부엌으로 나가시는 어머니
청솔가지 타는 연기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시며
육 남매 도시락에 쌀밥을 골라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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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보다 꽁보리밥을 더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비지는 우리가 입다
헤어져 버러놓은 옷을 즐겨 입고
우리가 신던 구멍 난 양말과 떨어진 신발을
꿰매 신는 아버지는
원래 헌것을 더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와 우리 오 형제는 밥상을 차려주고
어머니와 누나는 부뚜막에 걸터앉아
누룽지를 긁어
큰 바가지에 담아 많이 먹으려고
부엌에서 밥을 먹는 것을
여자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사주고
당신은 먼 거리도 걸어서 다니시는
아버지는 원래 걷는 것이 좋아서
이십리 장에도 걸어서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내 나이들어 부모가 되어보니
이제는 그 속내를 알 것 같습니다.
감자 이랑보다 깊게 파인
부모님 이마에 주름은
우리 육 남매가 짓밟은 흔적이요.
 



자로 구부러진 아버지 등과
자로 휘어진 어머니 허리는
육 남매를 먹이고 업어 키운 훈장이지만
훈자에 보답해 드리지 못한 불효자는
할 말을 잊은 채
오늘도 하늘만 쳐다보며 눈물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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