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다수 한국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모습이다. 2023년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 한국인은 10명 중 1명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의 낙관론 비율은 조사국 35개국 중 공동 33위에 그쳤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 속에 새해 전망이 주요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인 새해 전망 35개국 중 공동 33위
1일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갤럽 인터내셔널이 세계 35개국 성인 3만5664명에게 2023년 전망을 물은 결과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1%, '나빠질 것' 34%, '올해와 비슷할 것'은 27%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낙관론이 7%포인트 줄고, 비관론은 7%포인트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낙관론은 12%에 그쳤다. 35개국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준으로 체코와 함께 공동 33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관론은 20%였고,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는 비율은 67%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낙관론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사회경제적 우려가 큰 대다수 유럽 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출처=한국갤럽출처=한국갤럽
새해 전망을 가장 밝게 보는 나라는 나이지리아로 77%가 낙관적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60%), 인도(54%), 케냐(53%), 멕시코(51%) 등에서도 낙관론이 50%를 웃돌았다.
경기 전망만 놓고 봤을 때는 한국의 낙관론자 비중은 9%로 불가리아, 독일, 세르비아와 함께 공동 27위다. 전반적인 새해 전망 부문보다는 순위가 올라갔으나, 여전히 35개국 평균인 21%를 밑돌았다. 아래로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체코, 폴란드 등 5개국뿐이다.
올해 한국 경기를 비관적으로 본 이들은 49%로 전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 41%보다 10%가량 높았다.
한국의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모든 항목에서 비관론이 낙관론을 앞섰다. 특히 자영업, 기능노무·서비스직의 비관론이 각각 52%와 50%로 전체 평균인 49%를 웃돌았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과 서비스직의 경기 전망이 더 어두운 것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새해 경기 낙관론은 작년 대비 16%포인트 감소, 비관론은 21%포인트 증가했다"며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첫해인 2020년 말, 즉 백신 개발 전 새해 전망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일상 회복 중이지만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한 에너지난과 각국의 급격한 재정 긴축 기조, 국내 부동산 거래 급감과 시세 하락 등은 향후 장기적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름 깊은 자영업자…"이제 잘 되나 싶었는데 또"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더 안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50대 A씨는 "엔데믹으로 향하면서 그간 어려움을 조금 벗어나나 싶었는데, 물가 탓인지 손님들 발길이 다시 뚝 끊겼다"면서 "연말 특수를 조금은 기대했는데, 너무 예상 밖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전국 음식점업과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53.2%는 2023년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40%는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4월부터 완화됐지만,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취준생들은 이미 극심한 고용 한파가 더 매서워질 것이 두렵다는 분위기다. 취준생 B씨(26)는 "새해를 맞이해 힘을 내야겠지만, 상황이 좋아질 리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사람인HR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이거나 중단할 계획이다.
지난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에 시달렸던 직장인들은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벼룩시장이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77.3%가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물가 상승, 경기침체 등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서'(36.2%), 2위는 '회사 실적이 부진해서'(23.1%)였다. 50대 직장인 C씨는 "희망퇴직을 받든 나가라고 하든 직장 밖 분위기가 괜찮으면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지 않냐"면서 "회사 안도 걱정, 밖도 걱정투성이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나라경제 12월호에서 "201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 보면 금리가 상승했을 때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효과는 1년 후에 가장 컸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로 금리도 낮아지고 달러화 가치도 하락하면서 '삼고'가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하락은 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동반한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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