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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비너스, 그 황홀하고 아찔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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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3. 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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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비너스, 그 황홀하고 아찔한 매력

 

 

 캄보디아 반테아이 스레이


↑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가 새겨진 벽면 부조

↑ 혼비백산하게 한 제복의 그 사나이

↑ 평화로운 주변 풍경

↑ 초기 앙코르 유적지인 반테아이 스레이

↑ 지붕의 조각도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 지금도 복원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 정교한 조각기술이 감탄을 자아낸다

↑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사원

↑ 양쪽으로 도열한 남근상 링가

↑ 앙드레 말로가 밀반출하려 했던 여신상

↑ 섬세하고 정교한 부조

↑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사원

↑ 동양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여신상

 

 

 

사건(?)은 반테아이 스레이(Banteay Srei)에서 일어났다. 씨엠립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이곳은 앙코르 유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967년 자야바르만 5세 때 완공된 힌두교 사원으로, 1914년까지 원시림에 묻혀 있다가 프랑스 지리관측 장교에 의해 뒤늦게 발견된 초기 앙코르 유적지이다. 앙코르의 모든 유적이 왕이 지은 사원인데 반해 이곳은 자야바르만 5세의 스승인 야즈나바라하가 지은 개인사원이다.

반테아이 스레이는 '여인의 성채'라는 뜻으로, 사원의 모습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다른 사원과 달리 붉은 사암으로 건축된 건물은 전체가 한 송이 붉은 꽃잎처럼 빛난다. 이 사원 벽면에는 힌두교의 대서사시인 '라마야'와 '마하바라타'를 담은 내용이 새겨져 있는데, 섬세하고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벽면의 그 부조는 앙코르 건축예술의 보석으로 비견될 정도다. 특히 북쪽 탑 네 귀퉁이 벽감에 새겨진 꽃을 든 여신상은 '동양의 비너스'라 불릴 만큼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여신상이 또 달리 유명한 것은 1923년 일어난 밀반출 사건 때문인데, <인간의 조건>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는 예술 애호가이면서 동시에 예술품 거래꾼이었다. 당시 그는 이 사원의 유물을 보호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내와 함께 잠입해 사원의 핵심 조각품인 여신상을 도굴하여 밀반출했다. 하지만 프놈펜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되어 유적 파괴와 약탈죄로 기소됐다. 그의 아내가 프랑스로 돌아가 남편의 문인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곧 그의 문우들이 구명운동을 펼쳐 말로는 풀려났다. 하지만 그의 도굴행위는 오랫동안 식민지 문화를 약탈한 추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말로가 탐내었던 이 여신상을 좀 더 가까이서 촬영하고자 버둥거리고 있던 나에게 그가 다가왔다. 제복차림의 그는 엄한 표정으로 나의 행동을 제지하며 캄보디아 말로 뭐라고뭐라고 지껄여댔다. 사원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 쳐 놓은 펜스안쪽으로 넘어갔던 나는 "쏘오리"라고 대답하곤 얼른 펜스 바깥으로 물러나왔다. 그런데 그가 계속 나를 따라오며 뭐라고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으이구 끈질기긴. 그래 내가 잘못했수다, 하며 돌아보는데 그의 표정이 좀 전의 그게 아니다. 어색한 미소까지 띄며 손짓 발짓을 해대는데 종합해 보면 "내가 니 대신 저기 들어가 원하는 걸 찍어줄 테니 카메라를 맡겨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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