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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입는 옷에는 주머니가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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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1. 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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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입는 옷에는 주머니가 없듯이

 

 사람들은 누구나 욕심이 있게 마련입니다. 욕심이 있기에 또한 열

히 사는 것이지요. 공부를 남보다 많이 하고 싶고 좋은 옷도 입고

싶습니다. 세상에 이름도 드러내고 싶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도 벌어야지요. 그래야

가족도 먹고 살 수가 있을 테니까요. 좋은 차도 가지고 싶지요. 출퇴

근도 해야 하고, 여행도 해야 하고, 더러 고향에도 가야지요. 부모도

모셔야 하고 어른들을 부양해야 합니다.아픈 사람이 있으면 병원에

도 입원해야 하고, 크고 작은 일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러니 얼마나 바삐 살아야 합니까? 이런 일들을 꾸리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는지요?

 

세상사는 일이, 먹고사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지요. 삶에

지친 젊은이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어 목숨을 버리는 것이지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루에 당장 한 끼니만 굶어 보십시오. 공

허하기 이를 데가 없지요. 그때 컵 라면이라도 보면 게눈 감추듯 할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먹고살기가 힘이 드는 일인가요. 세상이 아무리 잘

살아도 내 나라가 아무리 국민 소득 2만 불 시대가 되어도 자신의 노

력 없이는 빵 한 조각도 쉽게 먹을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정

말 세상살기 어렵고 야속한 인생살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악착같이 살지 않으면 고생길이 됩니다. 젊어서부터 성실히 준비

하지 않으면 경쟁 사회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지요. 기술도 뒤지지 않

게 배워야 하고 장사를 하려고 해도 부지런해야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거드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일할 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상 참 힘들

지요.

 

삶의 현장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많은 생각이 교차하지

요. 나눔의 손길이 예전만 못할 때에 세상의 힘겨움을 소생도 몸소 깨

닫지요. 가난한 분들에게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제 도움

을 예전처럼 베풀지 못할 때의 심정, 참으로 부끄럽고 무기력함에 죄

스럽지요.

 

저를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여력은 부족하고······.그러니

요즘 같은 밤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

다가 허한 몸을 이끌고 새벽 예불을 나갈 때의 착작함이란······.그래

도 추녀 밑에서 딸그랑거리는 풍경소리에 이내 착잡함을 털어 내고

법당에 오릅니다. 기도로 이웃들을 구제할 수가 있다면 목탁이 닳아

헐어지도록 기도할 수 있겠지요.

 

모두가 살기에 힘들어합니다. 모두들 지쳐 있습니다. 남을 돕는다

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래요,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데

누구를 도울 수가 있겠는지요. 당장 내 코가 석 자이니까요. 안 그렇

습니까?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지금보다 편해집시다. 힘들다 해도 지

금 밥은 먹으며 살고 있지 않나요? 힘들다 해도 입을 옷가지도 있지

않나요? 이렇게 말하면 어떤 분은 저더러 속편한 소리를 한다 하실 테

지요. 산중에서 도나 닦는 스님이 세상에 대해 뭘 알겠느냐 힐문하실

테지요.

 

 

 변명할 생각은 없지요.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때로는 이웃들과

함께 라면도 끓여먹고 굶주려 보기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송구

스러울 뿐이랍니다. 이게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그래도 한 번만 생각해 보세요. 인생은 참 덧없지요. 안 그렇습니

까? 엊그저께 젊은 몸이 백발을 바라보는 세월, 그렇게 세월은 훌쩍

지나갑니다. 그런데 크게 출세하지 못했다고,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고,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탄하지 말자는 말입니다.그거 따지고

보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지요.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

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까요.

 

누구든 알몸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그래서 마지막 입는 옷

에는 주머니가 없는 거지요. 가만히 보세요. 수의에는 결코 주머니가

없어요. 저승 갈 때 노자라도 가지고 가지 못해요. 몸뚱어리도 버리

고, 가족도 버리고, 명예도 재산도 모두 버리고 갑니다. 내가 한 생명

으로 살면서 지은 업보만 댕그랗게 짊어지고 가는 거지요. 이게 인생

입니다.

 

하여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여 삽시다. 그게 최선이에요. 세상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맙시다. 죽을 때도 마음 편히 눈감지 못합니다.

가진 게 있으면, 미련이 있으면 그러는 겁니다.

 

가난하게 참고 사십시다. 조금 힘들면 어떻습니까? 빚이 있다고

요?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 더불어 사는 세상에 까짓 빚 좀 있으면 어

떻습니까? 은행 빚이 좀 있더라도 힘을 내십시다.

 

 

마음의 빚보다 더욱 큰 빚이 어디 있겠는지요? 카드 빚, 대출 빚,

빌린 빚, 그거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세상 구조가 그런데 어떻게 비

껴갈 수 있겠습니까? 그저 조금 절제하면서 살면 되는 거지요.

 

마음을 조금 너그럽게 가집시다. 여러분, 마음으로나마 빚을 갚으

면서 작은 것도 나누면서 위로하며 삽시다. 인간이기에 위로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인간은 어떤 생명체보다 덕을 많이 쌓아 세상에 왔습

니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집시다. 내가 세상에 올 때 알몸으로 왔듯이

당연히 알몸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지요. 마음을 조금씩만 비워 냅

시다. 그러면 세상이 달리 보이지 않겠습니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

음에 몇 자 적어 봅니다. 이런 저를 용서하소서.

 

 -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이설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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