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앞에서 / 이 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 그라
<섬진강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전경>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이 손짓합니다..
물빛 고운 섬진강은 봄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깨끗한 모래톱에도, 이제 피기 시작한 산수유와
강가의 개나리 가지에도 봄빛이 가득합니다...
축제의 흥분에서 막 깨어난 농원엔 가벼운 정적이 흐르고
하얀 매화꽃길을 걷는 아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흐릅니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서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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