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봄 / 김자향 詩
봄이 주름진 시름 지고 와서 유채 밭 언덕에 부려놓으니 젖은 허기 골라내시던 아버지는 소고삐 잡고 반음계의 봄을 갈아엎었다
마른 땅 가난을 쟁기질하는 동안, 방문 돌쩌귀나 비틀던 햇살 잡아끌고는 찌들었던 봄 일구면 명치끝 울화통은 저절로 삭아버리고
황소울음 가둔 다랑논에서 태양의 꿈 실팍하게 자란 세월을 촘촘히 익혀 공출하고 나면 닳아진 백발의 뼈가 삭아 펄럭거렸다
불임의 땅에서 솟는 어지럼증은 뜨거운 삶 태우고 간 아버지의 한 생이 품은 슬픔일지니
조팝꽃 간드러진 들녘에서 돌아오시던 저녁 휘파람 같은 수염은 지금쯤 어디서 하얗게 날리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