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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봄

아름다운시

by 巡禮者 2011. 4. 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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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봄 /
        김자향

        봄이 주름진 시름 지고 와서
        유채 밭 언덕에 부려놓으니
        젖은 허기 골라내시던
        아버지는 소고삐 잡고 반음계의 봄을
        갈아엎었다

        마른 땅 가난을 쟁기질하는 동안,
        방문 돌쩌귀나 비틀던 햇살 잡아끌고는
        찌들었던 봄 일구면
        명치끝 울화통은 저절로 삭아버리고

        황소울음 가둔 다랑논에서
        태양의 꿈 실팍하게 자란 세월을
        촘촘히 익혀 공출하고 나면
        닳아진 백발의 뼈가 삭아 펄럭거렸다

        불임의 땅에서 솟는
        어지럼증은 뜨거운 삶 태우고 간
        아버지의 한 생이 품은 슬픔일지니

        조팝꽃 간드러진 들녘에서 돌아오시던
        저녁 휘파람 같은 수염은
        지금쯤 어디서 하얗게 날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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