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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천둥

科學(Science)

by 巡禮者 2011. 7.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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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천둥과 번개는 하늘이 노해서 벼락을 내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하늘의 신들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인 제우스가 번개를 만든다고 믿었다. 번쩍이는 번개와 요란한 천둥소리는 무서운 대상이자 신비로운 존재였을 것이다.

 

천둥과 번개는 하늘의 노여움?

 

번개가 치는 장면의 연속 사진. <출처: (cc) Sebastien D'ARCO>

 

그렇다면 실제로 천둥과 번개란 무엇일까? 국어표준대사전을 보면 천둥은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으로 그리고 번개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번쩍이는 불꽃’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천둥이란 용어는 ‘하늘을 치다’라는 한자어 천동(天動)에서 비롯한 말이다.

 

 

천둥과 번개 연구의 시작 – 프랭클린

 

천둥과 번개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이다. 이때부터 천둥과 번개도 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생겨났다. 1750년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프랭클린은 번개가 정전기와 같은 에너지 형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계획서를 발표했다. 나아가 1752년에는 진위가 확실치는 않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 천둥과 번개가 치는 빗속에서 연을 띄우는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험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번개를 만드는 적란운. <출처: (cc) Googie_man at Wikipedia.org>

 

먼저 연을 늘어뜨린 다음, 연줄 끝에는 감전을 방지하기 위해 젖지 않은 명주 헝겊을 감았다. 그리고 연줄과 명주 리본을 연결한 자리에 금속열쇠를 매달고 연을 하늘에 띄웠다. 손을 금속열쇠에 가까이하면 구름 속의 전기가 내려와 있다가 손끝에 전달돼 방전하여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이 느껴지고 관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연줄에 달린 열쇠에 손을 갖다 대자 손과 열쇠 사이에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리하여 그는 열쇠를 ‘라이덴병’(전기를 저장해 두는 유리병)에 대고 전기를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연의 실험’으로 유명한 이 실험을 통해 프랭클린은 전기와 번개의 방전은 동일하다는 가설을 증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연구결과를 이용해 구름과 지면 사이로 전기가 흐르는 벼락의 피해를 막아주는 피뢰침을 만들었다. 피뢰침은 ‘프랭클린의 막대(Franklin's Rod)’라고도 불렸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퍼졌다.

 

번개는 방전 현상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것은 적란운으로 불리는 소나기구름이다. 적란운은 위아래로 긴 구름으로 두께가 6~8킬로미터에 이르는 아주 두꺼운 구름이다. 적란운은 두께가 두껍기 때문에 낮은 고도에서는 물방울 그리고 꼭대기 근처에서는 얼음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적란운은 지표면이 매우 뜨겁게 가열될 때 많이 생기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는 여름철에 많이 생긴다. 여름철에 지표면이 가열돼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고 상승된 공기는 포화·응결돼 소나기구름으로 발달한다.

 

구름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이 모인 덩어리인데, 구름을 구성하는 물방울이 상승기류로 인해 파열되면 파열된 물방울은 양으로 대전되고 주위의 공기는 음으로 대전한다. 보통 양으로 대전된 물방울은 위로 올라가고 음의 전하는 아래쪽에 머무는데, 이때 구름 속에 있는 양전기(+)와 음전기(-)가 서로 부딪치면서 또는 구름의 음전기와 지면의 양전기가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전기가 번개이다. 즉, 번개는 구름과 구름 사이 또는 구름과 대지 사이에 일어나는 방전현상이다.

 

 

 

                                          구름과 대지 사이의 번개 

 

천둥은 번개로 가열된 공기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나는 소리

 

번개가 치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30,000도 가까이 상승하는데, 이 열에너지에 의해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가열되어 부피가 폭발적으로 팽창하여 나는 소리가 천둥이다. 천둥과 번개는 동시에 일어나는데 번개는 빛의 속도로 그리고 천둥은 소리의 속도로 오기 때문에, 번개가 친 다음에 천둥소리가 들려오게 된다. 천둥이 들리는 범위는 약 20킬로미터이나 때에 따라서는 약 40킬로미터의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경우도 많다. 번개로부터 천둥까지의 시간(초)에 음속인 340미터/초를 곱하면 천둥이 일어나는 곳까지의 거리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천둥과 번개의 근원지에서 가까이 있으면 천둥과 번개를 동시에 듣고 보게 되며 멀어질수록 천둥과 번개의 시간차가 커진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천6백만 건의 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발생하고 있다.

 

1년에 1km2당 발생한 번개 빈도를 나타낸 세계지도. 콩고에서 가장 많은 번개가 발생했다. 노랑으로 갈수록 빈도가 높다. <출처: (cc) Citynoise at en.wikipedia>   

 

일반 번개의 1,000배 이상 - 고층대기에서 발생하는 메가 번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번개는 구름 아래에서 생성된 것이지만, 구름 위에서 생기는 특수한 번개가 있다. 바로 ‘고층 대기 극한방전’ 현상인 ‘메가 번개(Megalightning)’가 그 주인공이다. 메가 번개는 구름 위에서 1밀리 초(1/1,000초)~1초 동안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번개인데, 크기가 수십 킬로미터로 일반 번개보다 1,000배 이상 크다.

 

1989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로버트 프란트 박사에 의해 메가 번개의 일종인 스프라이트가 최초로 관측됐으며, 최근에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움란 이난 교수팀에 의해 스프라이트가 초고속카메라로도 촬영됐다. 그 결과 스프라이트는 고도 80~140킬로미터의 전리층에 발달하는데, 가로 40킬로미터 세로 75킬로미터의 거대한 해파리를 닮은 모양이며, 붉은색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속시간은 10~100밀리초(1밀리초=1,000분의 1초)이다. 스프라이트는 지상에서 벼락이 칠 때 함께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양전하와 산소 분자가 부딪혀 스프라이트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번개 및 메가 번개의 발생 고도를 보여주는 그림. <출처: (cc) Abestrobi at wikipedia>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

 

번개 및 메가 번개의 발생 고도를 보여주는 그림. <출처: (cc) Abestrobi at wikipedia>

스프라이트.

 

다른 메가 번개인 블루 제트(Blue Jet)는 푸른색으로, 구름위에서 우주 방향으로 솟구친다. 고도 40~80킬로미터까지 치솟는데, 지속시간은 0.1~1밀리초로 스프라이트보다 짧다. 1989년에 호주지역을 통과하던 우주왕복선에 의해 최초로 관측됐다. 2001년 9월 14일 아레시보(Arecibo) 관측소가 관측한 블루 제트의 속도는 초속 50,000미터~250,000미터에 이르렀다. 엘브스(ELVES)는 수평방향으로 나타나는 메가 번개인데, 1990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는 대서양에서 고도 100킬로미터에 형성된, 붉은 색을 띄는 지름 400킬로미터인 도넛 모양의 엘브스를 촬영했다. 지속시간은 1밀리초이다. 그러나 메가 번개는 하늘 높은 곳에서 발생하고 지속시간이 짧기 때문에 아직까지 자세히 연구되지 못했다.

 

국내에서 메가 번개 관련 연구현황은 아직 미약한 상태이다. 다만, 2009년 9월 18일 이화여자대학교 박일흥 교수팀이 국내에서 제작한 추적망원경(MTEL)을 우주로 발사하여 이를 통한 메가 번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글 김동희 /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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