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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행복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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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행복

발행일 : 2006-04-30 [제2498호]

행복과 행운

무성하게 피어있는 클로버를 보면 그 무더기 속에 숨어있는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많은 클로버 잎을 아무생각 없이 마구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우연히 발견한 네 잎 클로버 잎은 행운의 상징인 것처럼 고이 간직하지만 흔하디 흔한 세 잎 클로버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밟아버린 클로버, 우리는 어디 있을지도 모를 행운을 찾기 위해 삶 속에 가득한 행복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제자들이 빵을 나누며 알아보게 된 주님, 그 분을 만난 체험을 나누는 자리 한 가운데 서 계신 주님,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로 주시는 주님 - 그 주님을 보고서도 무섭고 두려워하는 제자들의 마음을 믿음으로 채워주시는 주님은 우리가 항상 만나고 만져 볼 수 있는 분이시라는 것을 오늘 복음은 전해 줍니다.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일은 유령을 만나는 일처럼 무섭고 두려운 일입니다. 설사 그분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 이는 의혹은 그분의 현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가진 것을 나누면 얼마나 큰 기쁨이 솟아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움켜쥔 손을 놓지 못하여 주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신앙을 나누는 자리에 함께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골몰하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에는 부활하신 주님이 서 계실 수 없습니다.

행복을 바라면서도 행운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로또 숫자처럼 덧없는 행운을 찾아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살아갑니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께서는 이제 부활하신 당신 자신의 현존을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확실하고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다는 것은 삶 속에 가득한 행복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세 잎 클로버처럼 우리 삶 속에 가득 피어 있습니다.

언젠가 M.E. 부부들이 서로에게 쓴 ‘부부 사랑 편지’를 모아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십 수 년을 함께 살면서 그들을 행복하게 했던 일들은 너무나 소박하고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퇴근길에 남편이 사들고 온 꽃 한 송이, 정성껏 차려 놓은 밥을 맛나게 먹는 모습, 작은 칭찬 한 마디. 영명축일을 기억해 준 일, 겨울 밤 이불깃을 덮어 주던 따뜻한 손길, 어려운 순간에 건네던 다정한 눈길, 응어리진 아픔도 고독도 한 순간에 봄 눈 녹듯 풀어내던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바치던 기도들… 생각해 보면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행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들은 그때의 감동을 ‘행복’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순간을 기억하며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편지들을 읽으며,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가까이에 무수하게 피어 있는 것임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는 주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빵 두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 넘게 먹이신 분께서 먹을 것을 청하시는 것은 그분의 현존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 지를 보여줍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유령처럼 우리 삶의 저편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내어 놓는 사랑의 자리에, 사랑으로 견디어 내는 고통스런 삶의 한 복판에서 끝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삶 속에 현존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을 만나는 일은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일처럼 헛된 욕망이 아니라, 지천에 피어나는 본래(本來)의 클로버 잎들처럼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행복하기는 아주 쉽단다. 가진 것을 사랑하면 돼…” 가진 것을 사랑하는 자리에 행복이 피어나는 것입니다. 행복은 소리 내어 뽐내지 않을뿐 늘 우리 곁에 피어 있는 것입니다. 링컨의 말처럼 우리는 행복하기로 결심한 만큼만 행복해질 수 있듯이 사랑하기로 결심한 만큼만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전하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행복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허물과 나약함을 걸머지고 걸어가신 주님의 길을 따라나서는 삶만이 우리 안에 와 계신 주님을 알아보고 그 분을 증거하는 행복한 삶입니다.

“행운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당신 삶 속에 가득 피어있는 행복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김영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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