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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안에 머물 때 참된 열매 맺어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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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안에 머물 때 참된 열매 맺어

발행일 : 2006-05-14 [제2500호]

농부이신 하느님

농사를 짓는 농부는 세 가지 부류로 부릅니다. 첫째는 게으르고 무책임하여 논밭에 잡초가 잔뜩 자라게 하는 농부입니다. 이를 일컬어 하농(下農)이라 합니다. 둘째는 알뜰하고 부지런하여 알곡을 착실히 기르는 농부입니다. 중농(中農)이라 부릅니다. 셋째는 알곡 농사를 짓기 전에 먼저 알곡 농사의 근본이 되는 흙을 먼저 가꾸는 농사꾼을 일컫습니다. 이런 농사꾼을 상농(上農)이라 부릅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과 예수님의 관계를 드러내 주시는 멋지고 의미 있는 표현입니다.

농사일을 사람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상농이라 함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한 사람 한사람이 각각 제구실을 하도록 길러주는 것을 뜻합니다. 농부이신 하느님은 농부 중에서도 으뜸인 상농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라는 나무에 붙어있게 하시고 훌륭한 농부가 좋은 결실을 위해 능숙하게 농삿거리를 돌보듯이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들을 다듬고 보살피십니다.

아버지의 뜻은 포도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이었습니다. 농부이신 아버지께서 열매를 맺는 가지를 손질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잘라내시는 것은 포도나무가 더욱 많은 결실을 거두도록 가꾸시는 돌보시는 사랑입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다고 하여 모두다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나무에 붙어 있어도 열매를 맺지 않으면서 쓸모없이 붙어 기생하는 가지가 있고, 열매를 맺는 가지가 있습니다. 열매를 맺는 가지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의 차이는 포도나무이신 ‘그분 안에’ 머물러 있는 것과 머물지 않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가지들이 당신 안에 머물기를 원하셨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주님을 따르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 안에도 열매를 맺는 가지도 있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주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실천하는 삶은 많은 열매를 맺지만, 내 뜻과 내 만족을 위해 사는 삶은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쓸모없는 가지가 되고 맙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더 좋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 때때로 우리 안의 쓸모없는 가지들을 잘라내시고 손질하십니다.

그러나 내 안에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를 잘라내는 일은 두렵고 아픈 일이기도 합니다. 하여 쓸모없는 가지를 잘라내 버리는 일이 주님의 보살핌이 아니라 나를 잃어버리는 고통으로 여겨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한 여인이 큰 고통을 당하여 하느님이 참으로 자기를 사랑해 주시는 것일까, 자신을 잊어버리신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포도원 옆을 산책하게 되었습니다. 포도밭은 여름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농부들이 큰 가위로 포도나무 가지를 싹둑싹둑 잘라내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그 모습에 놀라서 농부들에게 물었습니다.

“포도나무 가지를 그렇게 무참하게 잘라버리십니까? 그 가지들이 너무나 불쌍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농부가 말했습니다. “이 가지들은 잎만 무성하지 열매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가지는 양분만 빨아먹게 되어서 열매를 맺는 가지마저 튼실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열매를 맺는 가지가 더 잘 자라도록 잘라내는 것이랍니다.”

그제야 여인은 깨달았습니다. 농부가 가지치기와 손질을 그만두고, 경작을 멈추는 것은 포도나무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때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시련은 농부이신 하느님께서 더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 위하여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가지를 잘라내고 가꾸시는 사랑의 손길임을 깨달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각자의 삶 속에서 좋은 열매를 맺도록 우리를 부르시고 당신 안에 머무르게 하십니다. 나약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성령의 힘을 받아 놀랍게 변화하였듯이, 그리스도인의 삶은 주님이신 예수님 안에 머무름으로써 변화되고 참된 삶의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변화한다는 것은 내 안에 헛된 욕망과 자기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잘라내 버리는 용기입니다. 사랑을 위하여 견디어내는 고통, 사랑하기 때문에 겪어내야 하는 희생은 하느님 뜻을 열매 맺는 삶입니다.

하느님 안에 변화된 삶을 위하여 자신이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할지라도 그것은 농부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들 각자가 제자리에서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 주시는 사랑의 보살핌이심을 믿고 예수님 안에 머무를 때에만 참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김영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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