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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 (요한 10, 27~30) ; ‘들음’의 자세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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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 (요한 10, 27~30) ; ‘들음’의 자세

발행일 : 2004-05-02 [제2396호]

하느님 말씀 들으려는 의지적인 노력 있어야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 즉 신앙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듣기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들어야 믿을 수 있다』라는 로마서 10장 17절의 말씀처럼 듣는다는 것은 신앙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들음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섬겨야 할 진정한 하느님은 들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듣지 않을 때 자신의 고집과 욕심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합니다만 성서의 말씀이나 교회의 가르침을 듣지 않을 때 결국 우리는 진정으로 섬겨야 할 하느님보다는 내가 만든 하느님, 내가 욕구하는 하느님에 집착하고 마치 그것이 진정한 하느님이듯 고집하여 그릇된 신앙생활에 빠지게 되는데,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들음에서 얻어진 반성을 통한 앎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들어야 합니다. 현대는 신뢰와 사랑이 우선해야할 부부 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부관계의 위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그 가운데 하나가 들음의 부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부부들 사이에는 듣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배우자의 마음과 의도를 잘 알고 있다는 자만이 듣기를 방해합니다. 인간이란 아는 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안다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들음에서 얻어진 앎, 반성을 통한 앎이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부부관계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앎은 들음에서 얻어진 앎이 아니라 내 관점에서 얻어진 앎, 주관적 판단에서 얻어진 앎입니다.

배우자의 의도와 마음과는 상관없이 나의 주관에서 판단한 앎은 결국 부부의 삶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게 되고, 그 결과는 내가 원하는 배우자 내가 만들고 싶은 배우자를 강요하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자기 욕구를 추구하는 삶은 배우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고 부부가 살아가면서 사랑이란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역설적이게도 배우자에게는 수많은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올바른 듣기 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바로 오늘 복음은 이러한 들음의 자세에 대하여 묵상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은 목자와 양의 비유를 통하여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듣습니다』(200주년 기념 신약성서)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양의 특징을 들음에서 찾습니다.

여기서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말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듣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순히 어떤 소리를 듣는 것이나,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마음을 열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 합니다. 여기서 마음을 연다는 말은 결국 자기고집을 넘어선다는 말이요 그분의 마음과 감정을 공유하는 진정한 동의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듣는다는 말은 모든 셈족어가 그러하듯 실행하고 복종하는 실천을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분의 양임을 드러내는 표지가 바로 들음인데 이 들음은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동의의 삶이요 말씀이 우리 삶의 일부를 이루는 실천의 삶입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듣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듣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우리 인간 본성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것이요, 본능을 넘어서야 하기에 그만큼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부활 제 4주일과 함께 성소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소 주일은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 일생을 바칠 젊은이들, 사제와 수도자를 꿈꾸는 미래의 특별 성소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교회 발전을 위해 사제와 수도자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기에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성소자들을 위해 물질적 정신적 후원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더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우리가 먼저 진정한 양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본능과 고집 욕심을 다스리면서 의지적인 노력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매일의 노력과 주님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바로 성소주일을 지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양의 삶이라는 사실입니다.

〈원주교구 삼척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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