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으로 주신 세상에서 가장 큰 것 글 : 신달자 엘리사벳 | 소설가 만원 한 장을 가지고 밀고 당기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왜 그렇게 돈이 궁했는지, 만 원 한 장을 성큼 어머니께 드리는 일에도 마음이 오그라지곤 했었다. 아이들이 오물오물 커 가는 그 시절 만 원 한 장으로 해야할 일이 너무 많으므로 언제나 돈의 쓰임은 아이들에게서 벗어나지를 못하였다. 누가 나를 그렇게 옹졸하게 만들었는지 어머니가 집에 오셨다 돌아 가실 때 딱 만 원 한 장을 손에 쥐어 드렸는데, 내 삶의 현장을 정면으로 보신 어머니는 한사코 받지를 않으셨다. “빈손으로 왔는데…” 어머니는 강력하게 빈손으로 오신 것을 큰 죄같이 강조하시면서 절대로 받지 못하시겠다는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만 원짜리 수십 장 활짝 웃으며 쥐어 드리고 싶었는데 딱 한 장을, 그것도 마음이 오그라지며 겨우 드린 만 원짜리 한 장은 몇 번 어머니의 손에서 내 주머니로 내 주머니에서 어머니의 손으로 오고 가고 하다가 결국 길바닥에 떨어뜨린 채 집으로 달려 들어왔던 것이다. 나 없는 거리에서 허리를 굽혀 그 만 원짜리 한 장을 줍는 어머니를 떠 올리는 순간은 늘 두 눈에 통증이 올 만큼 붉어지고 마음이 아리다. 누가 눈물이 말랐다고 했는가. 30년이 지났지만 이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그치지 않는 눈물과 흐느낌을 제어할 수가 없다. 그 만 원짜리 한 장도 서서 받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가져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누구 앞인들 허리를 굽히지 못하겠는가. 내 지극한 꿈이었던 만 원짜리 수십 장을 덥썩 안겨 드리는 일을 이루지 못한 채, 어머니는 내가 가난했던 시절에 돌아가셨다. “빈손으로 왔는데…”라고 무슨 죄인처럼 손에 힘이 없으셨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머니의 마지막 손을 잡았다. 그 빈손에 어머니의 거룩한 생의 탑이 우뚝 서 있었다. 그 빈손으로 주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어머니는 아실까. 세상에서 견줄 수 없이 가장 큰 것이 무엇인지. 아마도 어머니가 주신 것보다 큰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하다. 어머니의 딸이라는 그 권력이 얼마나 높은지 나는 지금 안다. 어머니는 늘 “나는 상관없다. 너희만…”이라고 완전한 희생을 강조하셨고, 그런 삶을 사시다 눈을 감으셨다. 자신은 온전하게 신발 밑창으로 사시다가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가시 위도 사금파리 위도 그 밑창 정신으로 걸으셨던 어머니의 사랑으로 나는 가톨릭을 선택했다. 주님을, 성모님을 만나는 길 위 어딘가에 내 어머니가 계실 것 같은 생각이 있다. ‘그래, 좋은 길이다.’ 등을 떠미는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부르면 언제나 오시는 성령의 실체가 바로 ‘내 어머니같은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서울 교구 주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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