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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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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7. 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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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없는 독수리 
    
    온갖 상처로 고민하고 아파하던 
    독수리 한 마리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낭떠러지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여태껏 입은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은 높이 날 수가 없다는 시름에 빠져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대장 독수리가 
    재빠르게 날아와 물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려고 하느냐?" 
    "난 늘 상처만 입고 살아요.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장 독수리는 갑자기 자신의 날개를 
    쫘악 펼치더니 이야기했습니다. 
    "나의 몸을 한 번 보렴. 
    지금은 내가 대장 독수리지만, 
    나 또한 수많은 상처를 입고 살아왔지. 
    여기는 사람들의 총에 맞은 상처, 
    여기는 다른 독수리에게 습격받은 상처, 
    또 여기는 나뭇가지에 찢겨진 상처란다." 
    그 외에도 수 없는 상처 자국이 있는 
    대장 독수리의 날개를 본 그 독수리가 
    고개를 숙이자 대장 독수리는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나의 몸에 새겨진 상처일 뿐이지. 
    하지만 나의 마음엔 더 수많은 
    상처자국이 새겨져 있단다. 
    그 상처 자국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었지. 
    상처 없는 독수리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독수리일 뿐이다." 
    - 정호승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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