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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 임명이 공식 발표된 12월 30일 오후 8시, 유경촌ㆍ정순택 주교는 서울 명일동성당과 가르멜수도회 인천수도원에서 본당 신자, 사제들과 함께 임명 순간을 맞았다. 그 현장을 찾았다.
○…명일동성당 '만남의 방'에는 많은 신자가 모여 유경촌 주교 임명을 축하했다. 교구 사무처장 임병헌 신부는 "하느님께서 한국교회에 큰 선물을 주셨다. 우리 시각으로 저녁 8시, 로마 시각 낮 12시를 기해 유경촌 신부님을 주교님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몇 차례나 시계를 들여다보던 임 신부는 오후 8시가 넘자 "지금부터는 주교님이십니다"라고 말했고, 신자들은 환호와 함께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임 신부는 이어 "좋은 주임신부님 오셔서 이제 맛(?)보려고 했는데 뺏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막 정이 들려던 차에 주교님이 되셨는데, 하느님은 (신자 여러분이) 좋아하는 꼴을 잘 안 보시려고 하는 것 같다. 좋은 주교님 되시도록 기도 많이 해달라"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저를) 위로해주시러 오신 게 맞죠?" 하고 말문을 연 유경촌 주교는 "항상 제 뜻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다. 모든 신부님들의 운명이 그렇듯이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기도 없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많은 기도를 청했다. 축하 자리에 함께한 명일동본당 오옥희(클로틸타, 58) 레지오 마리애 샛별 쁘레시디움 단장은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주임신부님이셨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예수님의 삶을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주교님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정순택 신부님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정 신부님을 납치(?)하러 이곳에 왔습니다!"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가르멜수도회 인천수도원. 주교 임명 공식 발표 시각인 저녁 8시가 되자 조규만(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대리) 주교가 수도회 사제들과 만찬을 나누며 이야기하던 중 분위기를 잡고 중대 소식을 알렸다. 정 주교 임명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대부분 수사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조 주교가 수도회를 사목방문한 날로 여겼던 것.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사제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기쁨을 나눴고, 조 주교는 준비한 꽃다발을 정 주교에게 전달했다. 조 주교는 "주님께서 숨은 인물을 알아내 뽑으셨다. 수도회에서 좋은 신부님을 빼가서 죄송하다"며 "오랫동안 주교님 탄생을 기다려온 교구로서는 감사드릴 일이다. 정 주교님 뒤에 수도회라는 든든한 기도부대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정 주교에 대해 동료 사제들은 '겸손한 사제', '똑똑한 사제', '배려하는 사제', '맡은 소임에 무서우리만큼 집중하는 사제'라고 말했다. 사제들은 '형제'로 불렀던 동료 사제가 무거운 주교직 수행으로 힘겹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수도회 출신 사제로서 '기도'와 '영성'의 힘을 교회 전체에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관구장 이돈희 신부는 "신앙 안에서 바른 길을 찾고자 했던 주교님의 삶과 영성이 수도회 차원을 넘어 이제는 한국교회 전체에 큰 선익이 될 것"이라며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고통받는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소리 없이 다가가는 주교님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교계 단체장들의 축하도 잇따랐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최홍준(파비아노) 회장은 "매우 훌륭한 두 사제가 주교가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두 분 모두 아주 원만하시며 마음이 따뜻하고 유순하신 사제로 교구장을 도와 교구를 잘 이끌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서울가톨릭경제인회 유영희(프란치스코) 회장은 "두 분 주교님의 임명을 축하드리며, 정치ㆍ경제ㆍ사회 문제를 초월해 성직자 간 더욱 원활한 소통과 치우치지 않는 식견으로 교회 일치와 평화를 이끌어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가톨릭여성연합회 박은영(이사벨라) 회장은 "두 분 주교님 탄생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며, 교구 발전을 위해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새 주교님들 앞날에 하느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 이힘ㆍ이정훈ㆍ강성화 기자
<축하미사 된 서울대교구 종무미사> 7년 만에 새 보좌주교를 맞이한 서울대교구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새해를 앞두고 큰 선물을 주셨다"며 환영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교구 교세를 고려할 때 3명 정도 새 주교가 나와야 하는데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보였지만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유경촌ㆍ 정순택 신임 주교들의 사제단 및 신자들과 첫 만남은 12월 31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교구 종무미사에서였다. 이날 미사에서 새 보좌주교들을 신자들에게 소개한 염수정 대주교는 "하느님과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며 "교회 공동체가 형제애를 나누며 한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염 대주교는 서울 명일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다 주교로 임명된 유경촌 주교를 소개하면서 "새해 2월에 명일동본당은 주교ㆍ사제ㆍ부제를 배출하는 본당이 됐다"며 "이름 그대로 빛이 나는 본당"이라고 흐뭇해했다. 아울러 염 대주교는 가르멜회 출신 정순택 주교를 "서울대교구가 깊은 영성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며 "주교로 불림받아 교구에 봉사하게 돼 참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자들로부터 꽃다발과 환영의 박수를 받은 새 보좌주교들은 "사제단과 신자들과 협력해 교구장님을 잘 보필하겠다"며 열심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신자들의 기도를 청했다. "반갑습니다"라며 인사한 유경촌 주교는 "나이도 어리고 아는 것도 없고 덕도 부족하다"며 "하느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정순택 주교는 "25년전 서울대교구 소속 신학생으로 대신학교에 입학했다가 가르멜회로 입적해 수도생활 25년 만에 다시 교구로 불리움을 받았다"며 "선ㆍ후배 동료 신부님과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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