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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 박민서 신부

인물(People)

by 巡禮者 2011. 8. 2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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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박민서 신부 탄생 "

청각장애인 사목 위한 예외로

 

청각장애인 박민서(서울대교구) 신부가 6일 한국교회에서 장애인으로는 처음 사제품을 받음에 따라 장애인의 사제품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신부처럼 앞으로는 장애인도 누구나 사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사제 자격과 신체적 요건에 관한 교회법 및 교회 문헌의 관련 항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을 심사숙고한 소속 주교나 관할 상급 장상은… 받을 성품에 합당한 신체적 및 심리적 기타 자격들을 구비하고 있는 자들만이 성품에 승격되도록 해야 한다."(교회법 제1029조)

 

△"수품자는 신체와 정신 및 정서면에서 건강하여야 한다."(「사제양성교령」 11항) △"사제는 성무를 담당하는 제관이고 신자 공동체의 지도자이므로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없어야 한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101조)

 

이처럼 교회법과 관련 문헌은 사제가 되는 요건으로 신체적 문제가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청각장애인 박민서 신부의 사제품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장애인의 사제품은 일반화할 수 없다. 박 신부는 원활한 청각장애인 사목을 위해서는 청각장애인 사제가 꼭 필요하다는 예외성을 교회가 인정한 경우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모든 장애를 똑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면서 "청각장애인 신부가 탄생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장애인이 사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박민서 신부 탄생 의미와 전망

첫 청각장애인 사제 탄생은 한국교회 청각장애인 사목의 획을 긋는 뜻 깊은 경사로 여겨진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도 14명뿐이고 아시아에서는 단 한명도 없었던 청각장애인 사제가 한국에서 배출된 것은, 한국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열린 교회 상을 세계교회 안에서 분명히 드러낸 것이며 앞으로 아시아교회 장애인 사목에 있어서도 한국교회가 앞장 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민서 신부가 사목 일선에 나선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박민서 신부를 사제의 길로 인도한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지도 정순오 신부는 “아무리 수화를 잘 하더라도 신앙생활을 하는 그들의 영적인 갈망을 채워주고 인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박민서 신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신자들에게 보다 잘 전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인 미카엘 데프식 신부(미국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도회)도 “청각장애인 신자들은 수화를 잘 하고 그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제를 원한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미사보다 한국어미사가 편한 것처럼 청각장애인들도 그들의 언어인 수화미사가 편하고 그들과 같은 청각장애인 신부의 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서 신부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현지 청각장애인 사제들과 교류하고 직접 현지 사목 현장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역사가 깊고 비교적 활성화된 북미와 유럽의 청각장애인 사목 경험을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청각장애인 사제가 한 명도 없던 아시아교회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일본관구 소속으로 필리핀에서 청각장애인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사토 신부는 “박민서 신부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청각장애인들의 희망이나 다름없다”며 “홍콩과 일본,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청각장애인들과 만남을 갖고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목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신교 등 타종교에 비해 선교활동이 미약한 청각장애인 사목도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14개 교구 청각장애인선교 단체에 등록된 신자는 3000여 명선.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청각장애인의 1%에 불과하다. 수화미사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해 쉬고 있는 신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각장애인 목사만 100여 명에 달하고 각 교단별로 청각장애인 선교단체가 활발히 활동하는 개신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순오 신부는 “첫 청각장애인 신부 탄생은 사회전반에 걸친 편견을 깨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앞서 나아가 포용하는 열린 교회의 모습을 보여준 뜻 깊은 일”이라며 “청각장애를 가진 신자들이 박민서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장애인으로 버려두지 않고 몸소 거두시며 사랑하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 박민서 신부 첫 미사 집전 "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아시아교회 사상 첫 청각장애인 사제가 된 박민서(베네딕토) 신부는 미사 중에 중지와 약지를 손바닥에 대고(영어 수화로 '사랑'이라는 뜻) 팔을 높이 흔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6일 사제품을 받은 박 신부는 8일 서울 번동성당에서 손짓만으로 첫미사를 집전하고 청각장애인 사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앞자리 한쪽을 가득 메운 수십 명의 청각장애인 신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박 신부가 진행하는 손짓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주님을 찬미했다. 이날 미사는 박 신부와 같은 날 사제가 된 장원석 신부가 공동으로 집전했으며, 장 신부가 미사 전례를 진행하면 동시에 박 신부는 수화로 진행했다.

 

박 신부 서품식과 첫 미사를 축하하려 미국과 프랑스, 일본, 호주 등지에서 온 성직ㆍ수도자, 평신도 등 20여 명은 영어수화로 번역해주는 손짓을 통해 감동의 첫 미사에 함께했다.

 

번동본당 정순오 주임신부는 강론에서 "박 신부가 청각장애인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도우심 덕분"이라며 "하느님의 축복으로 사제가 된 박 신부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빛과 소금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박 신부는 답사에서 "사제의 꿈을 22년 만에 이뤘다"며 "사제가 되기까지 어렵고 험난한 길을 무사히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감격을 손짓으로 전했다.

 

미사 뒤 축하식에서는 영적 선물과 화환 전달식, 서울 농아선교회 주일학교 학생 10여 명의 수화공연, 본당 가톨릭스카우트 어린이들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미사에는 미국 최초 청각장애인 사제이자 박 신부 은사인 토마스 코글린(Thomas Coughlin, 1977년 수품) 신부와 작은형제회 일본관구 사토 신부, 김영국(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국장) 신부와 청각장애인 수도자, 평신도 등 1500여 명이 참례했다.

 

1968년 경기도 고양 출신으로 2살 때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은 박 신부는 1984년에 국립 서울농학교에 들어가 수화를 배우면서 처음엔 화가의 꿈을 키웠다. 1985년 세종로본당에서 세례를 받은 박 신부는 당시 청각장애아를 위한 주일학교에서 정순오 신학생(현 번동본당 주임)을 만나 사제 성소를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는 청각장애인 신학과정이 없어 정 신부는 그에게 미국 유학을 권했다.

 

1994년 미국에서 어학과정을 마치는 등 5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1999년 뉴욕 성 요셉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뉴욕교구장 오코너 추기경 선종과 함께 청각장애인 신학 과정이 없어져 학교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박 신부는 토마스 코글린 신부의 도움으로 성 요한 대학원에 들어가 2004년 5월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유학생 자격으로 가톨릭대 신학대에 입학한 그는 2004년 귀국 후 혜화동 신학교에서 학업을 지속해 지난해 7월 6일 한국 첫 청각장애인 부제로 서품됐으며, 1년만에 꿈에 그리던 사제품을 받았다.

 

 

 

 

세계 15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청각 장애인신부 탄생

 

 

 

 

■ 박민서 신부 탄생 의미와 전망

첫 청각장애인 사제 탄생은 한국교회 청각장애인 사목의 획을 긋는 뜻 깊은 경사로 여겨진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도 14명뿐이고 아시아에서는 단 한명도 없었던 청각장애인 사제가 한국에서 배출된 것은, 한국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열린 교회 상을 세계교회 안에서 분명히 드러낸 것이며 앞으로 아시아교회 장애인 사목에 있어서도 한국교회가 앞장 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민서 신부가 사목 일선에 나선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박민서 신부를 사제의 길로 인도한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지도 정순오 신부는 “아무리 수화를 잘 하더라도 신앙생활을 하는 그들의 영적인 갈망을 채워주고 인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박민서 신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신자들에게 보다 잘 전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인 미카엘 데프식 신부(미국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도회)도 “청각장애인 신자들은 수화를 잘 하고 그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제를 원한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미사보다 한국어미사가 편한 것처럼 청각장애인들도 그들의 언어인 수화미사가 편하고 그들과 같은 청각장애인 신부의 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서 신부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현지 청각장애인 사제들과 교류하고 직접 현지 사목 현장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역사가 깊고 비교적 활성화된 북미와 유럽의 청각장애인 사목 경험을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청각장애인 사제가 한 명도 없던 아시아교회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일본관구 소속으로 필리핀에서 청각장애인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사토 신부는 “박민서 신부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청각장애인들의 희망이나 다름없다”며 “홍콩과 일본,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청각장애인들과 만남을 갖고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목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신교 등 타종교에 비해 선교활동이 미약한 청각장애인 사목도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14개 교구 청각장애인선교 단체에 등록된 신자는 3000여 명선.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청각장애인의 1%에 불과하다. 수화미사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해 쉬고 있는 신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각장애인 목사만 100여 명에 달하고 각 교단별로 청각장애인 선교단체가 활발히 활동하는 개신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순오 신부는 “첫 청각장애인 신부 탄생은 사회전반에 걸친 편견을 깨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앞서 나아가 포용하는 열린 교회의 모습을 보여준 뜻 깊은 일”이라며 “청각장애를 가진 신자들이 박민서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장애인으로 버려두지 않고 몸소 거두시며 사랑하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제서품식 첫 미사 이모저모

7월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38명의 부제들과 함께 사제품을 받은 박민서 신부는 주일인 7월 8일 서울 번동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사제로 첫 발을 내딛었다. 박신부는 7월 18일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를 시작으로 8월 말까지 서울 애화학교, 충주 성심학교, 서울 낙성대본당, 경기 평택 성 요셉 농아양로원 등을 잇달아 찾아 청각장애인들과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서품식 전 수화로 다짐 발표

사제서품식 전 대형화면을 통해 박민서 신부가 수화로 사제로서의 다짐을 전하자 체육관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박수로 환호. 이미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 첫 청각장애인 사제 탄생 소식을 접한 신자들은 장애를 이겨내고 사제가 된 박신부가 장애인 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제가 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

 

○… 예 여기 있습니다. 예 순명하겠습니다.

서품 후보 선발에서 정순오 신부의 수화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것을 안 박신부는 큰 소리로 “예”라고 대답하며 수품 후보자들 중 가장 먼저 제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청각을 잃어 언어 장애도 있는 박신부는 서품식 전 정순오 신부와 함께 예식서를 모두 외우고 서품 식 때 응답할 “예 여기 있습니다”와 “예 순명하겠습니다”를 미리 연습했다.

 

○… 번동본당 첫 미사

박신부는 서품 동기인 장원석 신부와 함께 7월 8일 오전 11시 서울 번동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 본당 역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사제가 한꺼번에 배출된 번동본당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신자들이 찾아 새 신부들의 영육 간 건강을 기원했다. 본당은 미사 후 두 신부의 부모 형제를 초대해 조촐한 축하식과 축하연을 가졌다.

 

○… 둘도 없이 기쁜 날

서품식장에서 만난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강명숙(데레사) 회장은 “오늘은 평생 둘도 없이 기쁜 날”이라며 “역경을 이겨내고 사제의 길에 들어선 신부님께 한국교회 청각장애인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해외 청각장애인들도 대거 참석

해외 청각장애인들도 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사제서품식과 첫 미사에 대거 참석했다. 미국 최초 청각장애인 신부인 토마스 콜린 신부를 비롯해 카메룬의 그레고이레 수사, 프랑스의 필립 퍼타도 수사, 미국 패트릭 그레이빌 종신 부제 등 청각장애인 사제와 수도자들이 내한했으며, 일본과 필리핀, 캐나다의 청각장애인 신자 등 100여 명도 서품식에 참석했다.

 

■ 다음은 7월 8일 번동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박민서 신부가 축하식 중 신자들에게 전한 인사말을 요약한 것이다. 사제가 되는 길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사막을 걷는 것처럼 고달프고 힘들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사제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임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제 주위에 계신 분들의 관심과 기도와 사랑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이것이 저를 사제가 되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번동본당 모든 교우 분들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교우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또 사제서품식 참가를 위해 외국에서 온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에 나가고 난 얼마 후였습니다. 한 수녀님께 편지를 받았습니다. 수녀님은 모두가 추켜세우더라도, 또 대단하다고 이야기할 때도 예수님이 타고 갔던 당나귀를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당나귀처럼 예수님의 사랑과 영원한 생명을 증거 하라고 말입니다. 수녀님께서는 기도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욕심대로 흐른다며 언제나 겸손하길 바란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저 박민서를 스타로 보지 말고 평범한 사제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사제가 되기 전 마음처럼 언제나 예수그리스도의 마음에 드는 겸손한 사제가 되도록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나의 아버지, 나의 스승(박민서 신부, ‘좋은생각’ 중에서)

어릴 때부터 청각 장애인 부모님께 소리 없는 언어, 수화를 배우며 자란 정순오 신부님. 청각 장애인의 애환과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으로 오랜 시간 그들을 도우셨습니다. 무엇보다 청각 장애인이 고백 성사나 미사를 직접 드릴 수 있도록 한국에도 그들을 위한 신부가 있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고는 두 살 때 청력을 잃은 나를 사제의 길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청각 장애인이 신부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미국 유학의 길을 열어 주셨지요.

 

10년 만에 겨우 공부를 마치고, 다시 혼신의 힘을 들여 2년여에 걸쳐 작성한 논문 심사를 앞둔 날이었습니다. 유학 생활의 마지막 관문인 석사 학위 논문 심사였죠. 가슴을 졸이며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결과는 불합격! 가슴이 찢어지고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쓰라린 아픔을 겪었습니다. 내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었기에,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좌절감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러다 가톨릭 신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어 가정을 꾸릴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고민 끝에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먹고, 신부님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섭섭해 하거나 화내시면 어쩌나, 걱정하던 차에 뜻밖의 답신이 왔습니다. “네가 네 삶을 주관하는 것이지 어느 누구도 네 삶을 결정해 주거나 강요할 수 없다. 가톨릭 신부가 되든, 결혼을 하든 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청각 장애인이 오래전부터 네가 신부가 되길 간절히 기다린다는 것을 꼭 기억해라.”

 

신부님의 답신은 내게 힘찬 용기를 주었습니다. 한순간,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서툰 결정을 한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각오로 논문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반년 만에 논문 심사를 통과하고, 유학 생활을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내겐 자상한 아버지이자 인생의 스승이신 정순오 신부님. 그의 격려와 충고가 없었다면 아마 가톨릭 신부로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희망을 전하는 사제의 길을 가도록, 그는 밝게 빛을 비춰 주는 등대 같은 분입니다.

 

 

 

2009 올해의 장애인상 박민서 신부 수상

 

박민서(40세, 청각장애2급, 서울대교구가톨릭농아선교회가톨릭교회신부) :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두 번이나 학교입학을 거절당했지만 당당하게 딛고 일어나 아시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가톨릭 사제가 됐다.

 

199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8년 동안의 공부 끝에 뉴욕 성 요한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 가톨릭신학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2007년 천주교 서울 대교구 사제로 서품돼 장애인으로서는 아시아 최초의 가톨릭 사제가 됐다.

 

현재 천주교 서울 대교구 청각장애인 사목 전담사제로 재직하며 매주 일요일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미사를 수화로 집전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청각장애인 학교, 양로원, 교도소 등을 방문하여 성무활동과 교육, 상담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에게 빛을 전해주고 있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아시아 최초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 지체장애를 딛고 소망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정상용씨, 시각장애인인 나사렛대 음악목회학과 교수 이상재씨,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한 장애인 등반가 김홍빈씨, 지체1급 장애인이자 자원봉사단 대표인 양영순씨가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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