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 / 신순애
어째서 애기똥은
금박처럼 반짝일까
그것은 어쩌면은
천진한 마음일 걸
홍진에 물들지 않은
청아한 웃음일 걸.
애기똥풀 / 안도현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으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애기똥풀꽃 / 복효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
집 뒤꼍 하수로가에
노랗게 핀 애기똥풀꽃 보라
어릴적
어머니 말씀
젖 모자라 맘죽만 먹고도
애기똥풀 노란 꽃잎같이
똥만은 예쁘게 쌌더니라
황하의 탁한 물
암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단다
그래, 잘 먹는 일보다
잘 싸는 일이 중한 거여
이 세상 아기들아
잘 싸는 일이 잘 사는 일
시궁창 물가에 서서도
앙증스레 꽃 피워 문
애기똥풀 보아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
애기똥풀꽃 / 권달웅
꽉 막힌 추석 귀향길이었다
참아온 뒤를 보지 못해
다급해진 나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산골 외진 숲 속에 뛰어들었다
벌건 엉덩이를 까내리자
숲 속에 숨었던 청개구리가 뛰어 올랐다
향기로운 풀내음 속에서
다급한 근심거리를 풀기 위해
혼자 안간힘 쓰는 소리를 듣고
풀벌레들이 울음을 뚝 그쳤다
조용해, 저기 사람이 왔어
살다보면 삼라만상의 복잡한 일 중
더러운 일 한두 가지가 아닌데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처럼
참으로 어려운 건 똥 참는 일이다
참으로 시원한 건 똥 싸는 일이다
숲 속의 노란 애기똥풀꽃이 웃었다
- 계간 <유심> 2005년 가을호
애기똥풀 / 김신오
아가가 배설한
몽글몽글한
배변 한 무더기
냄새를 맡으며
노란 색깔이 건강하다고
손에 들고 웃는다
보기도 아까운 내 새끼
눈물 나게
젖가슴으로 전해오는 짜릿함
아무도 넘보지 마라
에미 가슴에 핀
저 찬란한 꽃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