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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동물식물자료/자연 야생화

by 巡禮者 2010. 10. 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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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돌담을 지나 궁 안으로 들어서니 단청을 하지 않은 전각이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마중한다. 산과 언덕으로 이어지는 후원은 골짜기 마다 아담한 연못과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고궁을 찾을 때 마다 자연과 어우러진 신비스러움의 향기에 절로 몸은 다소곳하니 마음 또한 경건해진다. 백송이 우거진 숲속엔 진달래와 황매가 화사하게 피어 있고 하얀 명자나무 꽃은 차라리 초록빛을 머금고 있다. 수양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춘당지에는 원앙이 한가롭게 노닐고 개나리가 노랗게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활짝 핀 앵두꽃에 날아드는 벌들에게 눈길을 주며 별 말없이 걸어도 정다운 이들과 여유롭게 고궁을 산책하는 시간이야말로 감미로운 행복이다. 고즈넉한 정원의 숲이 깊어 갈수록 온통 연둣빛이다. 꽃잎은 물론 나뭇잎의 연한 고운 빛들은 속세에 물들지 않은 깨끗함이요 맑음이다. 벚나무 사이를 지나 잔디밭에 이르니 까치 한 마리 햇볕 속에 앉아 있다.
 
 
 
 
  갑자기 재잘거리는 한 무리의 유치원생들이 숲 저쪽을 돌아 나온다. 마치 병아리 떼처럼 손에 손을 잡고...문득 여자 친구가 있다고 자랑하던 조카네 꼬맹이 생각이 났다.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보물이라 안 가르쳐 줄래요. “ ” 비밀이라서? “ 무심결에 비밀이라고 단정 지어 들어버린 선입견이 앞선 것이다 아니라니까요! 보물이라서 안 가르쳐 준다니까요. “ , 비밀이 아니라 보물이라니 그 말이 깊은 우물에 타래박이 풍덩 떨어지듯 내 영혼의 심연 속에 내려앉았다. 이제 겨우 유치원생인 꼬마아이가 보물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미를 나는 알아들었는가? 스스로 반문한다. 가끔은 진정으로 하는 나의 말이 스쳐 지나갈 때 얼마나 가슴이 쓸쓸하고 공허했던가! 나에게도 온전히 들어줄 수 있는 깨어 있는 귀가 필요하다. *깊이 귀 기울이면 닫혀 있던 비밀의 문도 살며시 열리어(*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그대 만난 뒤 삶에 눈 떴네중에서 ) 소중한 보물을 발견할 것이다.
 
 
 
 
 
 조선 왕조 흥망성쇠의 역사를 묵묵히 귀 담아 들었던 수령 깊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고궁의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다. 수풀 속 바위틈에 숨어 핀 청노루귀의 조용한 귀 기울임의 침묵을 닮고 싶다. 청보라 꽃봉오리 쫑긋 열어 놓은 청노루귀 두 송이 마음에 담아 궁 밖 돌담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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