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계곡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 가운데 경남 양산 일대에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집단은 별개의 독립된 종으로 밝혀졌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sillanus)이란 이름을 얻은 이 신종 도롱뇽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멸종위험이 매우 커 보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와 민미숙 서울대 박사 등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동물학 연구’ 최근호에 이 신종 발견을 보고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사는 꼬리치레도롱뇽 고유종은 모두 2종이 됐다.
이 종을 공식 기재할 때 쓴 표본은 2014년 3월 경남 양산시 동면 사송리 계곡에서 서울대 수의대 민미숙·이창훈 씨가 채집했다. 연구자들은 이 도롱뇽의 분포지역인 양산과 밀양 일대가 과거 신라의 영토였음을 고려해 학명에 ‘신라’란 명칭을 넣었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붉은 점)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노란 점)의 분포지역. 아마엘 볼체 외 (2022) ‘동물학 연구’ 제공.꼬리치레도롱뇽은 찬 계곡 물속에서 알에서 깨어 2∼3년 동안 유생으로 자란 뒤 육지에 나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가며 긴 꼬리와 튀어나온 눈이 도드라지는 양서류이다. 연구자들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형태와 유전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이제껏 한 종으로 알려진 한국꼬리치레도롱뇽과 별개의 종으로 분류할 만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에서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분화해 독립된 종이 탄생한 데는 양산단층이 두 집단을 격리하는 장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분자유전학적으로 두 종으로 분화한 시기를 계산한 결과 682만년 전으로 양산단층대가 형성된 시기와 일치한다.
연구자들은 “양산단층대가 형성된 이후 계속된 지각변동 과정에서 산간계곡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이 살 수 없는 함몰지가 생겨 고립된 집단이 생겼다”고 논문에 적었다. 이렇게 고립된 집단이 별개의 종인 양산꼬리치레도롱뇽으로 진화했다.
경남 양산 서식지의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성체의 다양한 모습(A, B, C), 물속에 사는 유생(D), 서식지 계곡(E). 아마엘 볼체 외 (2022) ‘동물학 연구’ 제공.연구자들이 추정한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의 면적은 258∼793㎢에 불과하다. 주 저자인 아마엘 교수는 “개체군이 아주 작고 서식지가 개발과 기후변화 위협을 받고 있어 적절한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 종에 대해 더 알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종 발견지인 사송리에서는 택지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성체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갈 울창한 숲이 필요하고 유생 시절에는 차고 용존산소가 풍부한 계곡이 갖춰진 곳에서만 살 수 있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종 분포 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히 실현된 경로를 가리키는 RCP 4.5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서식지의 87.6∼95.9%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추세 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서식지의 91.6∼97.3%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자들은 “분포지가 좁은 데다 기후변화로 3세대 안에 약 90%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멸종위기 등급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의 ‘위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볼체 교수는 “최선의 방법은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고유종인 한국꼬리치레도롱뇽. 기후변화로 매우 취약하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현태, 국립생물자원관 제공.꼬리치레도롱뇽은 애초 동북아에 2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일련의 계통연구 결과 모두 9종이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연해주, 일본 일부에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로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한반도 고유종임이 드러났지만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해제된 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꼬리치레도롱뇽, 허파가 없어 ‘한반도 기후변화’ 못 견뎌요).
한국꼬리치레도롱뇽과 함께 또 다른 한반도 고유종으로 밝혀졌고 서식지도 매우 좁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이다.
인용 논문: Zoological Research, DOI: 10.24272/j.issn.2095-8137.2022.04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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