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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없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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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4.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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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없는 교회
출처 오피니언 [여적] 김태관 논설위원

 

부활절 설교를 마친 목사에게 아내가 묻는다. “어쩜 그렇게 설교를 잘해요. 당신은 부활을 진짜로 믿나 보죠?” 목사의 대답이다. “미쳤어? 그걸 믿게. 내가 목사니까 설교했을 뿐이야.” 부활 신앙은 아무나 갖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교 예화다. 그런데 어떤 목사들은 예화에서처럼 정말로 예수를 안 믿는 것이 아닐까. 답을 찾기 위해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극시 ‘대심문관’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종교재판의 불길이 하늘을 찌르던 중세 유럽의 세빌리아에 예수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강림한다. 그리스도는 병자를 고치고 죽은 소녀를 살리는 등 기적을 행한다. 이를 본 대심문관(추기경)이 부하를 시켜 예수를 감옥에 가둔다. 밤이 되자 대심문관은 몰래 감옥에 찾아가 묻는다. “네가 예수냐?” 아무 대답이 없자 대심문관은 혼잣말을 한다. “네가 정말로 예수여도 상관없다. 너는 우리를 방해하면 안 된다. 나는 내일 너를 화형시킬 것이다!”


교회가 예수를 배척하는 것이 중세 때의 얘기만은 아니다. 십자가가 지천인 오늘날에도 예수가 필요 없는 교회는 많다. 목사끼리 주먹질을 하거나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의 추문이 그것을 보여준다. ‘예수 이름’으로 싸우는 그들에게 예수는 방해꾼일 뿐이다. 시골교회 집사였던 동화작가 권정생은 <우리들의 하느님>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예수님은 많이도 시달려 왔다. 십자군 군대의 앞에 서기도 하고, …대한민국 기독교 100년 역사에서는 반공이데올로기의 선봉장 노릇도 했다. 더러는 땅투기꾼에게 더러는 출세주의자들에게 예수님은 이용당해 왔다.” 그런데 이런 말이 실린 권정생의 책은 국방부에 의해 불온서적으로 낙인이 찍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으로 못박기도 했다. 대통령이 교회 장로인 나라에서의 일이다.


올 부활절은 어느 해보다 교회의 ‘회개와 자성’이 강조됐다고 한다. 엊그제 열린 연합예배에서 설교 목사는 “교회가 세상에 걱정을 끼치고 있다”며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으로 새롭게 태어나자”고 했다. 어떤 이의 표현처럼 ‘하나님이 없다고 확신하는 목사’들을 향한 호소다. ‘대심문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예수는 마지막에 추기경에게 다가가 조용히 입을 맞춘다. 예수가 필요 없어진 교회야말로 예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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