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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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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1. 9. 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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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걷는 모습이.. 늘 기우뚱거리는 게

멀리서 보면, 항상 어깨를 흔들며

즐겁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제가 자주 봉사활동을 다니는 고아원에서

저는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새로 온 자원 활동가라며

고아원 원장님께서 소개시켜주셨고

저희는 어설픈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얼굴의 빈 곳 없는 여드름까지

그녀의 첫 인상에 전

한순간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혼자서만 맑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처음과는 달리 저는 그런 그녀가 싫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 그런 그녀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녀의 웃는 모습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봉사활동하면서 아이들을 향해 흘리는

그녀의 웃음을 볼때면

전 마치 하늘에서 내려운 천사를 보는 듯 합니다

 

  하루는, 고아원에서 한 아이가 그녀를 보고 물었습니다

누나는 왜 다리를 절룩거려?

전 그 아이의 말에 크게 당황했습니다

 

  혹 그 아이의 말에 그녀가 상처를 입을까

하지만 그녀는 살폿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누나는 어릴 때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하늘에서 벌을 준거야

그러니까 너는 누나처럼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커야 한다

그런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비록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 어떤 일반인들 보다도 더 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안개꽃을 참 좋아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하이얀 안개꽃을 보면

마음이 맑아 진다고 합니다

 

  왜인지...안개꽃이 그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는, 제가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집을 향하는 골목길에서,불량배 두 명이.

그녀와 저의 모습을 보고...

저런 병신하고 사귀는 새끼도 있네라는 말을 하고는

지들끼리 "히히덕" 거린 적이 있었습니다

 

  전 순간 불같은 화가 솟구쳤지만

억지로 끄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냥 그들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작별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그 불량배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곧장 그 불량배들을 찾아내서

그녀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과 전 싸움에 이르렀고

전 그날 숨 쉴틈 없이

그들에게 흠신 두들겨 맞았습니다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싸움을 못 하는 것에 대해

원망해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 했지만

  그녀와 제가 스스럼없이 대할만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가 저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이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한다며

저에게 하루만 그 사람 앞에서

애인 행세를 해 달라고 부탁 해 왔습니다

 

  다음날

전 말숙한 정장 차림으로 그녀와 함께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했다는 그 남자를

작은 커피숖에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란 존재에 그 남자는 많이 당황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걸 체념한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 아무 말 없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그녀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동네오빠라고 합니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된 그녀에게

그는 유일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왔던 그녀에게

그는 늘 백마 탄 왕자처럼 그녀를 보호해 주었고

그런 그가..얼마전

그녀에게 청혼을 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 석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그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는 없다며

제게 그런 부탁을 했었답니다

 

  훗날..전 그 남자의 이름이

"성 청심(맑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안개꽃을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안개꽃이 꽃말은 "맑은 마음"입니다)

 

그 이후 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녀는 외모가 예쁜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전 그녀를.... 그런 그녀를

오랜 고민 끝에...

몇일 후

그 남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전... 저를 보고 적잖이 당황해하는 그에게

이 한마디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안개꽃을 좋아한다고

한순간....그 남자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전.... 그 남자를 뒤로 한채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해질 겁니다

그녀에게 그 남자는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 남자 역시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제 행동이 얼마나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해 질테니까요

 

  하지만, 이 씁쓸한 기분

밀려오는 답답한 가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제 머리를 가득 채워옵니다

점차 어두워지는 석양속에서

전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녀는 못 생겼다...그녀는 절름발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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