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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만 1만 관객 ‘지슬’…뭍에서도 꽃필까

인문계 자료

by 巡禮者 2013. 3.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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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만 1만 관객 ‘지슬’…뭍에서도 꽃필까
 
제주 4·3사건 그린 영화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 영예오는 21일 전국 개봉

 

 

남도의 꽃소식과 함께 올라온 제주의 바람, 영화 '지슬'(감독 오멸·사진)이 '작은 기적'을 연이어 일으키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미국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하더니, 이번엔 작품의 고향인 제주에서 전국으로 훈풍을 불어올렸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개봉(21일)을 앞두고 지난 1일 이례적으로 제주에서 먼저 상영을 시작한 '지슬'은 2주 만인 14일까지 제주에서만 관객 1만명을 돌파했다. 독립영화는 전국 개봉으로 몇 주를 상영해도 1만명을 넘기기 어려운 한국 영화 풍토에서 제주 단 2개 상영관에서만 만들어낸 성과다.

'지슬'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은 제주 4ㆍ3 사건을 그린 '제주에 의한, 제주를 위한, 제주의 영화'다.

4ㆍ3 사건은 해방 후인 1948년 4월 3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제주 민중과 미군정 및 경찰, 반공단체가 충돌해 유혈사태로 번진 사건을 말한다. 미군정과 경찰, 반공단체의 폭력, 강제 진압으로 수많은 제주시민이 죽거나 다쳤으며, 이제까지도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미결의 비극사'로 남았다.


 

 

 

 

 

이 영화는 1948년 제주의 섬 사람들이 "해안선 5㎞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미군정의 소개령을 듣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산속으로 피신한 한 동네 주민들의 혹독한 겨울, 며칠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토벌대의 총칼을 앞에 두고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웃집 노총각이 언제나 장가들까 넉살 좋게 농담하는 여인, 짝사랑에 수줍어하는 청년, 마을에 두고 온 돼지 밥 줄 걱정뿐인 노인, 노모 모실 생각과 임신한 아내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가장 등 평범한 제주 주민들의 삶의 풍경이 비극 속에서도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토속적인 삶의 낙천성과 순진성, 건강성이 제복 입은 권력이 자행하는 금속성의 폭력과 시종 팽팽한 긴장을 이룬다. 겨울바다의 파도, 살을 에일 듯한 제주의 겨울바람, 까마귀의 울음, 숲과 동굴 등은 오갈 데 없게 된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는 모성적인 공간이자, 인간의 비극을 지켜보는 준엄한 관찰자이기도 하다. 제주 방언과 제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주의 이야기는 매혹적인 영상과 강렬한 이야기로 영화를 '시적 리얼리즘'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한국 현대사의 '씻김굿'이자 '위령제'이며 '치유와 위안'의 작품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제주 사투리로 감자라는 뜻의 '지슬'. 서울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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