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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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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0. 4. 1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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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임학선(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성균관의 석전대제(釋奠大祭)는 올해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갖게 되었다. 하나는 2월과 8월 상정일(上丁日)에 모시던 석전을 공자의 탄신일과 기일에 올리게 된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일제 후 왜곡 변모되었던 문묘일무 춤사위의 원형을 되찾아 원래의 모습으로 제사를 모시게 된 것이다.


문묘일무(文廟佾舞)는 일제 후 북·동·서 세 방향으로 세 번 절하는 삼방배(三房拜)춤으로 일관하여 오다가, 1980년 옛 문헌에 근거하여 춤사위를 복원 하였으나 고증문헌의 해석 오류로 인하여 춤사위가 원형과 다르게 변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교의 예악사상과 철학적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 채 추어왔다. 그러나 최근 춤사위가 그려진 문묘일무보(文廟佾舞譜)를 발굴 연구(임학선)하게 됨에 따라 춤사위에 담겨진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공경(恭敬), 사양(辭讓), 겸양(謙讓)의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는 춤동작으로 오랜 세월 동안 변화, 발전을 이루게 되어 그 춤의 내용이 무보의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 것이다.


공경, 사양, 겸양을 의미하는 춤동작은 몸동작에 무구(舞具) 즉 약(, 피리)과 적(翟, 꿩깃)의 동작이 합해져야만 하나의 춤사위로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에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나는 진퇴(進退)가 반드시 따라야 그 특별한 철학적 의미가 비로소 성립된다.


오늘날 성균관에서는 약적의 춤과 간척의 춤을 추고 있는데 이 춤은 고대 중국으로부터 유래되어 고려 예종 11년(1116)에 우리나라로 유입된 춤이다. 주나라는 건국 초에 육대(六代)를 잇는 여섯 황제의 춤을 만들었다. 이 춤을 육대대무(六代大舞)라 하는데 황제(黃帝)의 <운문(雲門)>, 요제(堯帝)의 <함지(咸池)>, 순제(舜帝)의 <대소(大韶)>, 우왕(禹王)의 <대하(大夏)>, 탕왕(湯王)의 <대호(大頀)>, 무왕(武王)의 <대무(大武)>가 그것이다. 이 춤은 황제들을 상징하는 춤이었기 때문에 제일 규모가 큰 팔일(八佾)의 형식으로 춤추었다. 이 여섯 종류의 춤은 명나라 때 만든『악률전서(樂律全書)』(17세기)에 전해진다.


<황제의 춤> <요제의 춤> <순제의 춤> <우왕의 춤> <탕왕의 춤> <무왕의 춤>

위의 무보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섯 종류의 춤은 사용하는 무구가 각각 다르다. 춤에서 사용된 각기 다른 무구는 여섯 황제의 공덕을 각각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 다른 무구가 사용된 것이다. 이 중에서 하나라 우왕의 춤 <대하>는 약과 적을 들고 춤추며, 주나라 무왕의 춤 <대무>는 간(干, 방패)과 척(戚, 도끼)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오늘날 약적을 들고 추는 문무가 하나라로부터 그리고 간척을 들고 추는 무무는 주나라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알게 한다. 이 두 종류의 춤이 바로 오늘날 성균관에서 추는 춤과 동일한 춤인 것이다.


약적의 춤 <대하>는 ‘우왕이 요임금과 순임금의 도(道)를 잇는다’는 뜻으로 만든 춤’이다. 약은 땅을 상징하고 적은 하늘을 상징 하는데 약을 들고 춤을 추는 이유는 성음(聲音)의 근본이 여기에 있는 까닭에 문무에서 이를 숭상한 것이라고 한다. 무보의 그림에서 약과 적을 십자형으로 합한 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하나 되는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을 의미하는 동작이다. 간척의 춤 <대무>는 주나라 무왕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주공(周公)에게 명하여 짓게 한 것이라고 한다. 이 춤은 ‘무왕이 은나라의 주(紂)왕을 토벌한 것을 칭송하고 즐거워했다’는 의미로 만든 춤이다. 무보의 그림과 같이 방패를 세우고 도끼를 들고 있는 것은 공격을 의미하는 동작이며 방패와 도끼를 하나로 합하는 것은 방어를 의미하는 동작이다.


일무의 종주국인 중국은 문묘일무의 원형이 소멸 된 지 이미 오래이지만 한국은 고려 이 후 조선을 거쳐 면면히 발전을 이루게 되어 우리의 춤문화 유산으로 자리 매김 되었다. 오늘날 보다 원형에 가까운 문묘일무의 옛 전통을 되찾아 성균관의 석전에서 이를 지켜갈 수 있게 되어 더욱 발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교와 평화 [9호 (07년11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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