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라면 상자
초등학교는 십리길을 걸어서 라도 다닐 수 있었지만
중학교를 다니기에는 우리집이 너무나 외진곳에 있었다.
나는 중학교 뿐 아니라 고등학교,대학교 까지 다니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내가 농사꾼으로 남기를 바라셨다.
"아버지 저 서울로 나가겠습니다.
아들을 떠나는 날 까지 쳐다 보시지도 않으셨다.
무일푼으로 타지에서 살아 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열넷 이라는 나이 만이 내게 용기를 준 것도 같다.
"저...아저씨 일자리를 구하는 데요."
"..뭐라고 ?
너같은 조그만 꼬마가 무슨 일을 하려고?너,집 나왔구나!"
일주일이 가도 같은 결과의 반복이었다
약간의 돈도 거의 다 써갔다.
마음이 답답했다.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여기저기 골목을 헤메고 다니다
작고 허름한 인쇄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저 일자리 없을까요?
무슨일 이라도 좋아요.아저씨,일하게 해주세요."
핑 쏟아지는 눈물.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 울지 말고 들어와 보렴."
기름 때가 시커멓게 묻어 있는 벽,
여기저기 잘린 종이 조각들이 널려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 보기 시작했다.
"너, 어디 잘 데는 있니?"
"...아니요, 놀이터에서도 자고..."
"음 그러면 우리 인쇄소에서 일을 하거라.
나중에 학자금이 모아지면 낮에는
그 날부터 나는 인쇄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이 퇴근하고 나면 나는 캄캄한게 무섭기도 했지만
노래를 부르며 무서움을 이겼다.
쌀은 비싸기 때문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찬 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자야 했지만
조금만 참으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에 충분히 참아 낼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월급을 받았다.
나는 라면 한 상자를 사다놓고 나머지는 몽땅 저금을 했다.
나는 신이 나서 일을 했다. 한 달이 또 지나갔다.
손을 넣어보니 라면이 두 개밖에 없었다.
나는 그 중에서 한 개를 꺼냈다.
다음날이 되었다. 라면 상자에 손을 넣었다.
신기하게도 라면 두개가 그대로 있었다.
"분명히 어젯밤에 하나를 끓여 먹었는데...손에 닿지 않게 숨어 있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나를 꺼내 끓여 먹었다. 하루가 또 지났다.
저녁이 되어 나는 마지막 남은 라면을 먹기 위해서 상자에 손을 넣었다.
하나만 있어야 할 라면이 또 두 개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상자를 아예다 열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라면은 두개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상자에
스무개 밖에 안되는 라면을 나는 삼십일이 넘도록 먹은 것이었다.
다음 날 나는 하루종일 라면 상자가 있는 쪽에서 일을 했다.
대강은 짐작이갔지만 어째서 라면이 줄어들지 않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녁 퇴근 시간 무렵, 김씨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동식아, 요 앞 가게에 좀 갔다 올래?"
유리창 너머로
라면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시며 걸어 나오셨다.
어린 사남매와 병든 아내 때문에
월세 단칸방에 살고 계신다는 김씨 아저씨.....
나는 그날 아저씨의 심부름을 잊은 채
인쇄소 옆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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