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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아름다운 마음 /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0. 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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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 / 최인각 신부

연중 제25주일 (마태 20, 1-16) 불쌍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발행일 : 2011-09-11 [제2762호, 10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인력시장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 어렵지 않게 좋은 조건으로 선택되어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운이 좋아 편한 곳으로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자기를 불러주지 않거나 거들떠보지 않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착잡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라는 비유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씀 속에는 인력시장에서 일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보다는 밭 임자의 마음이 더 잘 드러납니다. 이 부지런하고 착한 포도밭 주인은 자기의 포도밭을 가꾸어 좋은 결실을 얻어 부유해져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보다, 인력시장에서 일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과 처지를 먼저 헤아려 봅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나온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자기 포도밭으로 보냅니다.

그 선한 포도밭 임자는 혹시 좀 늦게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은 없나 하고 다시 인력시장에 나가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홉 시쯤 갔는데도 하는 일없이 장터에 있는 사람이 있어,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라고 말하고 자신의 포도밭으로 보냅니다.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렇게 합니다. 이제 포도밭 임자의 관심은 자기 포도밭이 아니라 인력시장에서 일 없이 불쌍하게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포도밭 임자는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봅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자, 포도밭 임자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라고 하며 그들도 포도밭으로 보냅니다.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처음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라고 부탁하여, 그 관리인은 오후 다섯 시부터 일한 사람부터 한 데나리온씩 줍니다. 이때 맨 먼저 온 이들은 자기들은 품삯을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다름없이 한 데나리온씩만 받게 됩니다. 그러자 그들은 투덜거리며,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라고 따집니다. 그러자 주인은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라고 말합니다. 포도밭 주인은 늦게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 그리고 아무도 일꾼으로 써주지 않아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읽은 것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비유 말씀에서 저를 감동케 한 것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그냥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의 처지를 읽어낸 포도밭 주인의 마음입니다. 그 시각까지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일할 수 없던 사람은 건강이나 재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은 것입니다. 오후 다섯 시까지 누군가 자기를 불러주기를 기다리며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던 이유는 자기를 위한 것보다 가족 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생각. 그가 일당을 벌어가지 않으면 그 가족들이 하루를 굶을 수도 있기에, 그가 착잡한 심정으로 일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래서 포도밭 주인은 그의 그런 딱한 사정을 짐작하여 맨 처음부터 일한 사람과 동등하게 대합니다. 아니, 그보다 먼저 품삯을 챙겨줍니다, 빨리 가서 기다리는 가족들과 행복한 저녁을 보내라고. 그 사람은 정말 고마워하며, 춤을 추며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갔을 것입니다. 자신도 거절당하지 않고 일을 했다는 사실, 자신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자신도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사실, 아직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테니 말입니다. 얼마나 신 나겠습니까? 또 이를 바라보는 포도밭 주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지금 우리 주위에도, 이 비유에 등장하는 포도밭 주인 같은 분들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반대되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리를 가끔 듣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처지에서 일했음에도 임금을 주지 않는 사람, 어렵게 번 돈을 갈취하는 사람 등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추수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며, 다시금 오늘 복음이 마음속 깊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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