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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한다면 /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0. 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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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40)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한다면 / 최인각 신부

연중 제24주일 (마태 18, 21-35) 당신은 자비로운 사람
발행일 : 2011-09-11 [제2762호, 10면]

 

아무리 노력해도 용서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 사무치는 한을 맺게 한 원수, 철천지원수(徹天之怨 )가 그렇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환자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40대 남성이었는데, 급성간암으로 얼마 못 살 것이라 했습니다. 참으로 착해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병을 얻게 된 동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우연히 눈을 떴는데,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훔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눈길이 너무 무서웠다고 합니다. 너무 놀라고 화가 났지만, 무서운 마음에 말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그 사람을 신고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만 깊은 병에 걸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하는 그 순간까지도 용서되지 않아 그분의 얼굴은 일그러질 때가 잦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그가 용서의 시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함께 기도하자고 하면서, 그분께 들었던 내용과 전개된 과정을 재정리하며 하나하나 용서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용서의 기도를 바친 다음, 물건을 훔쳐간 이를 위한 축복의 기도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던 그의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저를 붙들고 ‘고맙습니다. 이제 살 것 같습니다’며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를 다 털어놓았고, 그를 용서했으며, 이제는 그가 잘 되기를 바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더욱이 자신이 그 사람에게 텔레비전을 선물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이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며, 다시 눈물범벅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철천지원수를 용서하고 축복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용서 못할 사람을 용서하고 축복할 때, 최종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사람은 본인 자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죄지은 형제를 조건 없이 용서하라는 말씀을 하시고, 그 비유로 만 탈렌트(60,000,000일간의 노동자 일당)를 빚진 매정한 종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십니다. 만 탈렌트의 빚을 진 사람에게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자, 주인은 그 종에게 자신과 아내와 자식과 그 밖에 가진 것을 다 팔아 갚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러자 그 종이 엎드려 절하며, ‘제발 참아 주십시오. 제가 다 갚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 종의 모든 부채를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종은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100일간의 노동자 일당) 빚진 동료를 만나게 되자, 그의 멱살을 잡고 빚을 갚으라고 하며, 그의 청을 들어주지도 않고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둡니다. 이 일을 지켜본 동료들이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주인에게 가서 그 일을 죄다 이릅니다. 그러자 주인은 그 종을 불러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서 화가 난 주인은 그를 고문 형리에게 넘겨 빚진 것을 다 갚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매정한 사람의 말로(末路)가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보여주시며,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상처받은 사람, 즉 용서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 용서하지 않으면, 매정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용서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느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고,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용서 받았거나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임에도, 남을 용서하는 일에 매정하다면, 그 잘못은 본인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면 이중으로 손해보는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는 그 사람과 그 사건을 마음으로부터 용서할 수 있는 힘과 축복할 수 있는 힘을 십자가상 예수님께 청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상처와 화와 분노가 사르르 녹으며 기쁨을 맛볼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 정말 어려운 용서와 축복을 실행한다면, 예수님은 기뻐하시며 ‘너는 정말 자비로운 사람이다. 고맙다. 너는 너 자신과 너의 원수를 정말 사랑하였다. 너는 착하고 귀한 사람이니, 너에게는 복이 있다’라고 하시리라 믿습니다. 용서를 통해 복을 받고 치유받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저도 이번 주간을 용서의 주간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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