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권상연의 유해가 순교 230년 만에 발견됐다. 윤지충 유해의 다섯 번째 목뼈에 날카로운 도구로 자른 흔적이 확인됐다. 참수형의 증거로 보인다.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된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권상연 야고보(1751~1791)의 유해가 사후 230년 만에 발견됐다. 뒤이어 순교한 윤지충의 동생 윤지헌 프란치스코(1764~1801)의 유해도 함께 확인됐다. 그동안 다른 순교자들의 무덤이 속속 발견됐지만, 정작 첫 순교자의 유해는 어디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첫 순교자의 유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의 의미가 자못 크다.
▲ 윤지충 묘소에서 나온 백자사발지석.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1일 “올해 3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성지의 바우배기에서 성역화 작업을 하다가 순교자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물을 찾았다”며 “유해를 면밀하게 검사한 결과 세 복자의 유해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전라도 진산(현 충남 금산) 출신 선비 윤지충은 고산 윤선도의 6대손으로 25세 때인 1784년 사촌인 정약용 형제의 가르침으로 천주교에 입교했다. 1787년 인척인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고 아우 윤지헌 등에게도 교리를 전했다. 권상연도 진산 양반가 출신으로 사촌 윤지충으로부터 신앙을 받아들였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1790년 중국 베이징 교구에서 조선 교구에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유교식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워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삼강오륜을 저버린 혐의로 1791년 신해박해 때 전주 남문 밖(전동성당 터)에서 처형됐다. 당시 전라 관찰사는 둘에게 배교를 요구했으나 “신앙만은 버릴 수 없다”고 했고, 목에 칼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예수, 마리아”의 이름을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대건 신부가 1846년 교황청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로 인정받았다.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2014년 제작한 윤지충 초상화.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2014년 제작한 권상연 초상화. 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충의 동생 윤지헌의 초상화.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윤지헌은 형의 죽음으로 고향을 떠나 신앙생활을 이어 갔지만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체포돼 머리, 몸통, 팔다리를 찢는 능지처참 형을 받고 순교했다. 세 사람 모두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로 시복됐다.
유해가 발견된 초남이성지 바우배기 일대는 복자 유항검(1756~1801) 소유지다. 전주교구는 당시 유항검이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의 유해를 수습해 자신의 땅에 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유항검이 1801년 순교하자 교우들이 윤지충의 시신 등과 함께 묻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항검의 무덤은 1914년 전주 치명자산으로 옮겨졌다.
전주교구는 이후 꾸준히 바우배기 묘소 정비를 추진해 왔고, 8기의 무연고 분묘를 개장했다. 올해 3월 5호·3호 무덤에서 유해와 함께 출토된 백자사발지석 명문을 판독하니 윤지충, 권상연에 대한 기록이 나왔다. 이후 유전자 검사 결과 각각 해남 윤씨, 안동 권씨 친족 남성 혈연관계를 입증했다. 백자제기접시가 출토된 8호 무덤 유해도 조사한 결과 윤지헌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윤지충 유해 다섯 번째 목뼈 부분과 윤지헌의 두 번째 목뼈, 양쪽 위팔뼈, 왼쪽 넙다리뼈 등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자른 ‘예기 손상’도 발견됐다. 이는 각각 참수와 능지처참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김 주교는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 삼아 성장한 우리 교회가 순교 역사의 첫 자리를 찾은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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