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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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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10. 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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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단어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진가에게 참 버겁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오지를 다니는 사진가에겐 말입니다. 사진은 그저 진실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사진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담아낼 뿐이지요.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진실이 담기기도 하고, 거짓이 담기기도 합니다.


사진가로 활동한 지 얼마 안 된 시절, 오지 아이들을 만나면 미소 지을 때 셔터를 눌러야 하나, 미소가 사라진 순간 눌러야 하나 망설였지요. 사진은 미소라는 작은 요소에 따라 많은 오해를 낳기 때문입니다. 빌딩 숲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사는 아이들이 미소를 지으면 프레임은 행복으로 가득 찹니다. 그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이 누릴 수 없는 자연의 풍요를 한껏 누리며 근심 없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럴까요?


미소가 사라진 짧은 순간에 셔터를 누르면 프레임 속엔 즉시 빈곤이라는 무거운 그림자가 들어섭니다. 학교에 가는 대신 가족을 위해 하루 4시간씩 물을 길으러 산을 걸어야 하고, 다양한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만, 지사제 하나 얻기 힘든 처지가 부각되죠.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일까요
?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촬영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작은 마을의 우물가 입구에 '물은 생명이다.'라는 의미심장한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외지인의 방문에 평소 잠겨 있던 우물 자물쇠가 풀리자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신 나게 물을 만지고, 마시고, 얼굴을 적셨습니다. 그때 떠오른 질문이 있었습니다.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에티오피아 아이에게 평생 처음으로 정수된 1갤런의 우물물이 주어진다. 한국의 한 부유한 가정 아이에게 비만을 걱정하는 엄마가 콜라 대신 에비앙 생수를 건네준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행복에 가까운 걸까?'


행복은 지구 상의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축복하고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뿐이겠지요.


강제욱 님 ㅣ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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