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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말씀안에서 참된 부활을 맞자/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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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말씀안에서 참된 부활을 맞자/배광하 신부

부활 제3주일 (요한 21, 1~19) : 일곱 제자에게 나타나시다
발행일 : 2007-04-22 [제2546호, 6면]

- 말씀에 귀 기울여라 -

무얼 좀 잡았느냐?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던 베드로는 예전의 직업이었던 어부로 돌아갈 작정을 합니다. 혼자만이 아니라 동료제자들에게도 선동하며 떠나갑니다.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요한 21, 3).

베드로의 이 말에는 무엇인가 잔뜩 기대를 걸었던 세상사에 실망한 인생살이의 스산함이 묻어납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면 무엇인가 한 자리 차지할 줄 알았는데, 스승 예수님께서 어이없이 십자가형에 처하게 되어 믿었던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게 되었으니 참으로 부질없던 세월이라는 한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베드로를 따라 고기를 잡으러 떠납니다. 신앙에 입문하여 자신이 추구하던 세상 복락이 돌아오지 않자 미련 없이 믿음을 떠나버리는 많은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과연 신앙 안에서 우리가 잡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제자들은 밤새도록 그물을 쳤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합니다. 그리고 실망과 허탈함을 가득 안고 뭍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시어 믿음이 없는 제자들의 실의에 찬 슬픈 모습을 바라보시게 됩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질책하시는 것이 아니라, 연민의 마음을 가득 안고 그들에게 또다시 삶의 의욕과 희망을 주시고자 합니다.

쓰러진 우리의 삶에 또다시 생기를 북돋아 주시는 일이 부활하신 주님께서 하실 일이었습니다.

비록 세상에서 우리가 그토록 잡으려 했던 그 모든 것을 얻지 못해도 당신의 말씀에 믿음을 가졌을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것들을 채워 주실 수 있는 주님의 능력을 오늘 묵시록의 저자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살해된 어린양은 권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미를 받기에 합당하십니다”(묵시 5, 12).

넘치는 풍족함

부활 사건 이후 고기잡이를 떠난 제자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교훈이 있습니다. 분명 제자들은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물가에 서 계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요한 21, 6) 하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니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됩니다. 그때야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 알게 됩니다. 고기잡이에 이력이 날 정도로 전문 어부였던 제자들이 밤새도록 그물을 쳤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뭍에서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고기를 잡았냐고 묻더니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보라고 합니다. 누가 과연 그물을 던지겠습니까? 십중팔구, “거기도 아까 던져 봤수다.” 조금 더 성질이 괴팍한 어부의 표현이라면, “너 누군데 우리 심기를 건드리냐?”라고 응답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아무런 대꾸 없이 그물을 던집니다. 분명 그분이 주님이신 줄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잡은 물고기를 세어 보았더니,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되었다고 복음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전공이 어부건, 수학이건, 음악이건 각각의 영역에서 반드시 실패 없이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누구에게나 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 있다고 생각되던 일들도 벽에 부딪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요리 전문가도 어떤 때에는 음식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며, 아동교육 박사라 할지라도 자기 자식 교육에서는 실패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인가 잘 나가던 일들이 벽에 부딪쳐 풀리지 않을 때, 세상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주님 말씀에 믿음의 문을 열고 들으라는 가르침이 오늘 복음의 핵심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인생살이에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심지어 점쟁이나 무당을 찾는 교우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다시 한 번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께서 그깟 물고기만 주시겠습니까? 더 큰 것을 왜 채워 주시지 못하겠습니까? 우리가 기적을 믿지 못하고, 말씀에 귀 기울지 않았기 때문에 생을 불안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부활은 분명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사건입니다. 가끔 집안에 불화가 있다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성당에 나가 독서와 복음 말씀을 듣거나, 혹은 강론 말씀을 들으면, 그 말씀이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씀 같다는 체험이 있었을 것입니다. 나를 두고 하는 말씀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 나 들으라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따를 때 우리는 진정한 부활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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