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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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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배광하 신부

부활 제6주일 (요한 14, 15~21)
발행일 : 2008-04-27 [제2596호, 6면]

- 영원하신 하느님의 사랑-성령 -

보호자이신 성령

어릴 적 초등학교 곁에는 고아원이 있었습니다. 저희 반에도 고아원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고아원 친구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빡빡 깎았으며 반 친구들은 그 같은 고아원 친구들을 놀려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못된 행동이었습니다. 고아원 친구들은 함께 놀다가도 늘 기가 죽게 마련이었고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특별히 소풍을 가거나 학교 운동회 때에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오시면 그 같은 슬픈 모습이 더욱 확연히 드러나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때에는 고아원 친구들이 많이 불쌍하다거나, 내게는 부모님이 계셔서 크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주 가끔 그때의 고아원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슬픈 뒷모습만 떠오를 뿐입니다.

사제가 되어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멀리 떠나있는 아이들을 볼 때, 고아원 친구들을 생각해 봅니다. 정말 그들은 얼마나 고독해 하였을까? 얼마나 많이 그들을 버리거나 잃어버린 부모님을 그리워하였을까?

감히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명절 때든, 대축일 미사가 끝나고 그 많던 교우들이 일순간 사라져 버리고 텅 빈 사제관에 홀로이 있게 될 때 저도 가끔은 고아가 된 심정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자주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신자들을 부를 때가 많았고, 기도가 아닌 세상일로 혼자임을 잊을 때도 많았습니다.

양로원의 어르신들의 가장 큰 고통은 고독이라고 합니다. 미움보다 더 큰 죄는 무관심이라는 말도 소외와 고독이 주는 고통의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인간이 홀로 무인도에 버려진 잊혀진 존재, 무서운 고독의 엄습에서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겠다는 예수님 인간 사랑의 열망은 성령의 약속으로 현실이 됩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요한 14, 18)

예수님의 이 같은 희망의 약속에 우리가 어둔 밤길에서도, 폭풍이 몰아치는 바닷가에서도, 아무도 내 곁에 없는 홀로인 방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삶에 위안을 얻는 것입니다.

가끔은 우리가 그 같은 약속에 위로 받지 못하고 휘청거릴 때, 주님께서는 희망을 잃을까 또다시 강조하여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 16).

사랑의 성령께서는 진정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우리 보호자입니다.



진리이신 성령

참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세상이 주는 그릇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을 떠나고 있습니다. 실로 세상은 온갖 현혹된 지식들로 가득 차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같은 지식은 더욱 교묘히 위장하여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도록 유혹하며 무신론을 합리화 시키려 듭니다.

많은 부모님들로부터 당신의 자녀들이 고등학교까지는 성당에 열심이었는데, 대학에 가서부터 성당을 멀리 한다는 아픈 마음을 듣곤 합니다. 학문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하느님과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지는 현실에 가슴 답답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이 주는 안락한 배부른 빵의 유혹, 권력의 유혹, 자기중심적인 유혹은 하느님을 끝내 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도 그 같은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음은 다른 평신도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하느님을 보지 못하게 막고, 알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 같은 믿음의 의혹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다시 희망이신 성령을 약속하시는 것입니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 17).

우리는 때때로 세상의 여러 잡다한 일들에 얽매여 가장 소중하신 주님의 현존을 잊고 살았습니다. 세상 것이 전부인 양 살면서 고통을 잊으려 하였는데, 그리고 하느님을 떠나 세상의 자유 속에 살려 몸부림쳤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 한 편의 공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늘 비어있는 외로움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떠난 가련한 자녀들에게 또다시 기쁨의 성령을 약속하십니다. 그 성령께서는 진리의 영이시며, 진리의 영께서 우리 곁에 머무를 때 비로소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 32)하시며 참된 진리의 자유 안에 우리를 이끄시고 초대하십니다.

끝내 죄 많은 인간을 내치지 않으시는 지극히 애절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는 이 같은 성령의 약속 안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 인간 사랑의 결정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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