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완이 바라본 오늘의 세계
"찬미예수!"
교황님은 엄숙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찬미예수님! 교황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나는 그렇게 인사드렸다.
지난 7월 29일 오후 7시30분, 로마 교황청 베드로 광장에는 전세계 약 5만명의 꾸르실리스따들이 모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모시고 '제3차 세계 울뜨레야 대회' 를 거행했다.
그리고 몇몇의 평신도들과 사제들은 특별히 교황님을 알현했다. 진정한 우리의 지도자 나는 바로 직전 세계 꾸르실리료협의회 의장 자격으로 교황님 앞에 무릎을 꿇고 친구(親口)했는데, 그때 교황님은 뚜렷한 음성으로, "찬미예수!" 하고 말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모든 국민과 김대중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님에게 사랑의 안부를 전했고,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한 남북의 화해와 은총을 빌어주셨다.
이날 교황청 평신도 담당 장관인 스태포드 추기경님이 집전한 미사에서 한국 꾸르실료협의회 사무국장 최아오스딩 형제가 나와서 '교황님의 건강과 우리 교회의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말로 기도할 때, 제대 옆에 앉았던 나는 큰 소리로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하고 나도 모르게 외치다시피 했다.
정말 교황님이 오래 오래 건강하게 버텨주셨으면 하는 생각과 그날따라 사랑하고 존경하고픈 마음이 터질 듯 한 것은 웬일이었을까?
그동안 여름 휴가차 몇 주일 산행을 즐기고 휴식을 취한 때문인지 걸음걸이도 좋아졌고 음성도 우렁찼다.
저녁 노을이 지고 아직도 태양열이 한창인 베드로광장 저쪽 끝머리 문에서 교황님을 태운 무지개차가 나타나자 수만명의 꾸르실리스따들은 무지개빛 스카프를 흔들고 소리 소리 지르며 교황님을 맞이했다.
제대 위에서 내려볼 때도 흰옷의 교황님이 천천히 강복 주시며 군중사이를 휘젓고 오시는 모습은 너무도 보기 좋았다. S자로 베드로광장의 행렬을 마치고 난 교황님은 특별히 마련한 제단 위에서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몇 차례 천천히 강복을 주시는 모습에서 우리의 진정한 지도자, 세계의 참 지도자다운 성스럽고 위대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천주교 200주년과 세계성체대회때 두차례나 우리와 만났던 요한 바오로 2세는 언제나 가까이 느껴지는 교황님이고 특별히 남북간의 화해와 일치를 통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는 교황님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분단의 벽 허무는 그날을
교황님이 언젠가는 아주 가까운 장래에 동토의 왕국인 북한에 한번만이라도 다녀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텐데하는 염원을 저버릴 수 없다.
로마에서 만난 주 교황청 한국대사관 배양일 대사는 그럴 가능성과 희망을 배제하지 않았다. "교황님은 국가 원수이기도 합니다. 북한에 비록 교회도 없고 신자도 없다지만, 그 침묵의 교회에는 통상 5000명이 넘는 신자들이 매일 지하에서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 대통령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께 교황님 방북 초청을 종용했기 때문에 뭔가 우리의 기도에 하느님이 응답하시리라 믿고 있는거죠" 그날 로마 한인성당에서 진행된 교중 미사에서도 몇안되는 신자들은 지향을 거기에 두고 기도하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로마는 지구 저쪽에 있는 관광지였는데, 이제 이렇게도 가까운 이웃동네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시는 교황님이 계시기 때문인 것 같다.
이산가족의 슬픔을 달래주시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정착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교황님이 계시는 동안 우리는 줄기찬 기도와 노력으로 분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이 하나가 되는 그날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찬미예수!"
교황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