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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4)

성경자료

by 巡禮者 2010. 8. 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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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4)


얕은 신앙 지식에 우쭐거리지 말고

신앙 연륜 짧은 이들 적극 배려해야

이번에는 우상(偶像)이 문제다. 오늘날 미사 때 봉헌은 ‘돈’으로 한다. 하지만 초기 교회 당시에는 양, 염소, 비둘기 등으로 봉헌을 했다.

코린토 교회를 들여다보자. 한 가장이 돼지를 잡았다. 당시 풍습대로 이 고기를 시장에 바로 내다 팔지 않고 신전 혹은 우상 앞에 바쳤다.

오늘 날 무당이 굿을 할 때, 돼지 머리를 앞에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제사를 마친 후 그 가장은 신전 혹은 우상에 바친 그 고기를 다시 집에 가져와 일부는 먹고, 일부는 시장에 내다 팔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신자들이 우상에 바쳐졌던 그 고기를 시장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자가 과연 우상에게 바쳐졌던 이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이 고기를 사서 성당에 와서 먹어도 될까. 먹으면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

이 같은 일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등산길에 들른 한 불교 사찰에서 나눠주는 점심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상에 올려진 밥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굿하는 곳에 가서 남은 음식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은 개인적으로 이런 고기나 음식을 먹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많은 신심 깊은 신자들은 별다른 의미 없이 이런 음식을 먹는다.

자 그럼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바오로 사도도 일단 우상 앞에 바쳐진 음식 자체가 우리의 구원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본다.

“음식이 우리를 하느님께 가까이 데려다 주지 않습니다. 그것을 먹지 않는다고 우리의 형편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먹는다고 우리의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1코린 8, 8)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묘하다.“다만 여러분의 이 자유가 믿음이 약한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지식이 있다는 그대가 우상의 신전에 앉아 먹는 것을 누가 본다면, 그의 약한 양심도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을 수 있게끔 용기를 얻지 않겠습니까?”(1코린 8, 9~10)

우상 앞에 바쳐졌던 음식을 먹는 그 행동이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주의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나는 신심이 깊고, 교리를 많이 알기 때문에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신자들에게 경고한다.

바오로 사도가 볼 때 이런 행동은 세례 성사 받은지 얼마 되지 않는 믿음 약한 사람들을 넘어트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신심 깊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신앙의 연륜이 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믿음 약한 사람들이 나쁜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형제를 위해서도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형제들에게 죄를 짓고 약한 그들의 양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그리스도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1코린 8, 11~12)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믿음이 약한 사람, 신앙의 연륜이 짧은 사람들을 넘어뜨리게 하고, 그런 사람의 양심에 자꾸 상처를 주면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양심에 짓는 죄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직접 죄를 짓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그리스도께서는 믿음이 약한 사람을 위해서도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믿음이 강한 사람만 아니라 믿음이 약한 이들 안에서도 늘 함께 하신다.

우리는 얕은 신앙과 지식에 우쭐해 한 일은 없는가. 진정으로 믿음이 약한 이들을 배려하고 있는가. 믿음이 약한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신앙의 연륜이 짧은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오로 사도의 이 같은 아래를 향한 가르침은 주님의 만찬(11장)과 사랑에 대한 계명(13장) 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두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지만 많은 신학자와 영성가들이 다룬 부분인 만큼 이 지면에서는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려 한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바오로 사도의 사상과 영성은 나중에 로마서 부분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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