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 대한 바오로 ‘믿음’ 본받고
이웃에 감사하는 ‘참 신앙인’ 돼야
로마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총 16장으로 되어 있다. 오늘은 5장부터 보도록 하자.
5장과 6장은 하느님과 화해하고 하느님을 닮아 의롭게 되기 위해선 바로 그리스도를 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심은 그리스도다. 율법, 겉치레가 중심이 아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화해에 이를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어야 한다.”(로마 6, 8 참조) 이렇게 우리는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다.”(로마 6, 18 참조)
이어 바오로는 성령이 주시는 생명(8장)에 대해 말하고 중요한 내용인, 구원의 보편성(10장)을 언급한다.
하느님의 구원은 이스라엘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만민을 위한 것이다.
구원은 대충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당신의 은총을 계속 주기 때문에, 더 나아가 인간을 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계속해서 용서해 주시기 때문에 인간은 언젠가는 의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결국 ‘믿고 따를 때’구원받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모세는 율법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하느님을 완전히 닮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 그리스도 이후에는 믿음으로 그것이 가능해 진다.
“그대가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고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로마 10, 9)
예수 그리스도는 멀리 있지 않다. 예수님 말씀을 듣는 순간, 바로 내 내면과 내 입에 있고, 내 귀와 내 눈에 있고, 바로 내 가장 가까이 있는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믿음만 있으면 된다.
예수는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예수님 가르침 안에 율법은 이미 완성되어 있으니까, 예수님 생애 모습을 마음에 담고 생활하며 늘 기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함께 하는 삶이다.
이어 11장은 이방인 구원, 12장은 그리스도안에서의 생활, 13장은 사랑은 율법 완성, 14장 15장은 공동체에서의 생활을 말한다. 모두 중요한 내용인 만큼 꼭 묵상해 보기를 권한다.
필자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16장 ‘끝인사와 권고’다. 많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나는 특별히 이 대목이 와 닿는다. 여기서 바오로사도는 신자 이름 하나하나를 열거하며 안부를 전하는 인사를 한다. 그 이름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협력자들인 프리스카와 아퀼라, 내가 사랑하는 에패네토스, 여러분을 위하여 애를 많이 쓴 마리아, 나와 함께 감옥에 갇혔던 안드로니코스와 유니아, 내가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암플리아투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협력자인 우르바노와 내가 사랑하는 스타키스, 그리스도 안에서 인정을 받는 아펠레스, 나의 동포 헤로디온, 주님 안에 있는 나르키소스의 집안 식구들, 주님 안에서 애쓴 트리패나와 트리포사, 주님 안에서 애를 많이 쓴 사랑하는 페르시스, 주님 안에서 선택을 받은 루포스와 나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그의 어머니, 아싱크리토스, 플레곤, 헤르메스, 파트로바스, 헤르마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형제들, 필롤로고스와 율리아, 네레우스와 그의 누이, 올림파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모든 성도들….
이 많은 이름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는가. 난 바오로 사도의 영과 마음, 정신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일일이 안부를 전할 수 있을까. 바오로 사도의 마음이 차분히 안정되고 순수함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적인 사람의 특징은 정신이 혼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잡다한 생각이 많은 사람은 이렇게 할 수 없다.
우린 세례 받고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신앙 안에서 감사하며 축복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진심으로 기도를 바쳐 주고 싶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우리는 과연 이웃에게 감사하며 사는가. 바오로처럼 맑고 순수하게 살고 있는가. 신앙인이 된 후 나의 삶에 큰 도움을 준 분들을 다시 기억해 보자.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바쳐 보자.
로마서가 끝났다. 방대한 바오로 사도 신학을 담은 로마서를 짧은 지면에 담는것이 쉽지 않았다. 로마서에 대한 깊은 영성적 해설을 해보려 했지만, 지면상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로마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묵상하면 묵상할 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서간이다. 많은 신앙인들이 로마서를 통해 신앙의 참 의미를 내면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