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구원 이루는 하느님의 힘
“율법 아닌 믿음으로 의화” 강조
지난 주 ‘하느님의 의(義)’에 대해 배웠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의를 처벌?심판이 아닌 자비?용서, 거룩하심, 지엄하심으로 설명한다. 하느님은 의로우시기에 믿음을 가지면 우리도 의롭게 된다.
바오로 사도는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면 자비로울 수 있고, 용서할 수 있고, 거룩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하느님을 닮아간다.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 특별히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구약시대부터 지켜왔던 유다인들의 율법이 초기 교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중 일부는 율법을 강조했고, 이방인들도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믿음’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율법이 우리를 의화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우리를 의화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로마서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바오로 사도의 신학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문장 하나 하나를 읽으며 이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바오로 사도가 로마서를 통해 강조한 첫 내용은 1장 16절에 나온다.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먼저 유다인에게 그리고 그리스인에게까지,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이기 때문입니다.”(로마 1, 16)
여기서 바오로사도는 믿는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능력이 복음이라고 선언한다.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당시 유다인들은 율법을 가진 자신들만 구원받는다는 선민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바오로사도는 이제 유다인 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믿으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의로운 관계가 된다. 그래서 구원이 이뤄진다.
인간은 원래 불의하다. 하지만 예수님을 깨닫고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뜻대로 살면 이 불의한 것이 의롭게 변화된다. 다시 말하지만, 하느님의 심판은 처벌의 심판이 아닌 모든 이들을 의로운 길로 인도하는 심판이다.
바오로 사도는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대는 자신을 유다인이라고 부르면서 율법에 의지하고 하느님을 자랑하며, 율법을 배워 하느님의 뜻을 알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할 줄 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눈먼 이들의 인도자고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의 빛이라고 확신하며, 율법에서 지식과 진리의 진수를 터득하였으므로 어리석은 자들의 교사이며 철없는 자들의 선생이라고 확신합니다.”(로마 2, 17~20)
바오로 사도가 한 유다인에게 말하고 있다. 그 유다인은 율법에 의지하고 하느님을 자랑하고, 하느님 뜻을 알고, 율법을 배워 분별할 줄 알고, 눈 먼 사람의 길잡이가 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에게는 빛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율법에 모든 지식과 진리의 근본을 터득하여 무식한 사람에게 지도자가 되고 철없는 자에게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율법으로 모든 것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고, 율법을 통해서 완덕으로 도달할 수 있고, 율법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바오로 사도가 일침을 놓는다.
“그렇다면 남은 가르치면서 왜 자신은 가르치지 않습니까?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설교하면서 왜 그대는 도둑질을 합니까? 간음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왜 그대는 간음을 합니까? 우상을 혐오한다고 하면서 왜 그대는 신전 물건을 훔칩니까? 율법을 자랑하면서 왜 그대는 율법을 어겨 하느님을 모욕합니까?”(로마 2, 21~23)
오늘날 우리들이 두고두고 새겨들을 말이다. 아집과 독선, 교만, 정형화된 사고, 영적 게으름을 경계해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런 우리들에게 율법은 우리를 의롭게 만들 수 없고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믿음, 믿음, 믿음…. 바오로 사도의 믿음에 대한 강조는 계속 이어진다. 3장 9~20절(사람은 모두 죄인), 3장 21~31절(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길)에서 믿음은 나약한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4장 1~12절도 아브라함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고, 4장 13~25절도 믿음을 통해 실현된 하느님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이 믿음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화해에 대한 강조로 넘어간다.
믿음의 대상은 무엇인가. 무엇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그 해답이 있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