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 않는 자들에 계속되는 일곱째 재앙
선택된 자만이 어린양 혼인잔치에 들 것
아뿔사. 재앙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에서 살펴본 일곱 천사의 나팔소리에 의해 나타난 재앙으로 모두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직 일곱 재앙이 더 남았다. 요한은 이 마지막 일곱 재앙으로 모든 재앙이 끝난다고 적고 있다.
“나는 또 크고 놀라운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난 것을 보았습니다. 일곱 천사가 마지막 일곱 재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하느님의 분노가 끝나게 될 것입니다”(묵시 15, 1).
하느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일곱 나팔을 불며 그렇게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는데…. 아직도 인간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주님의 심판을 인간적 판단으로 가혹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주님은 의로우신 분이기에 심판하신다(묵시 16, 5 참조).
“일곱 재앙을 가진 일곱 천사가 성전에서 나왔습니다.… 그러자 성전이 하느님의 영광과 권능에서 나오는 연기로 가득 차, 일곱 천사의 일곱 재앙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성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묵시 15, 6~8).
이 천사들은 큰 대접을 하나씩 들고 있다. 그리고 첫째 천사부터 하나씩 대접을 쏟기 시작한다. 그러자 짐승의 표를 지닌 사람들과 그 상(像)에 경배한 사람들에게 고약하고 지독한 종기가 생기고, 바다에 있는 모든 생물이 죽고, 물이 피가 되고, 불로 태우는 권한이 해에게 주어져 사람들은 뜨거운 열에 타 버린다(묵시 16, 2~9 참조).
참으로 무서운 장면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재앙들에 대한 권능을 지니신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할 뿐, 회개하여 그분께 영광을 드리지 않았습니다”(묵시 16, 9).
그래서 재앙은 계속된다. 짐승의 나라가 어둠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괴로움을 못 이겨 자기 혀를 깨물고, 강물이 말라 해 돋는 쪽의 임금들을 위한 길이 마련되었다(묵시 16, 10~12 참조).
하지만 거짓 예언자와 악한 이들은 아직도 회개하지 않고 하느님에 대항한다. 이때 마지막 일곱 번째 천사에 의해 마지막 재앙이 내린다.
“번개와 요란한 소리와 천둥이 울리고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지진은 땅 위에 사람이 생겨난 이래 일찍이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큰 도성이 세 조각 나고 모든 민족들의 고을이 무너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대 바빌론을 잊지 않으시고, 당신의 격렬한 진노의 술잔을 마시게 하셨습니다. 그러자 모든 섬들이 달아나고 산들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묵시 16, 18~20).
여기서 바빌론은 당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로마를 상징한다. 로마는 탕녀다(묵시 17, 1). 한 천사가 이 탕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요한은 크게 놀라고 만다.
“나는 진홍색 짐승을 탄 여자를 보았습니다. 그 짐승의 몸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이름들이 가득한데, 머리가 일곱이고 뿔이 열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자주색과 진홍색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치장하였습니다. 손에는 자기가 저지른 불륜의 그 역겹고 더러운 것이 가득 담긴 금잔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성도들의 피와 예수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여자를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묵시 17, 3~6).
일곱 머리는 로마의 아주 지독하게 악했던 일곱 황제를 뜻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짐승이 여자를 죽인다는 것이다. “(짐승은) 그 여자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알몸이 되게 하고 나서, 그 여자의 살을 먹고 나머지는 불에 태워 버릴 것이다”(묵시 17, 16).
로마의 권력자들이 로마제국의 살을 뜯고, 스스로 로마제국을 멸망시킨다는 메시지다. 자신 잇속만 챙기는 권력자들에 의해 나라가 망하는 것은 과거 일제시대 경험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어쨌든 로마는 망한다. 그 후에는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바로 어린양의 잔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자. 어린양의 혼인날이 되어 그분의 신부는 몸단장을 끝냈다. 그 신부는 빛나고 깨끗한 고운 아마포 옷을 입는 특권을 받았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묵시 19, 7~9).
혼인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어린 양의 혼인잔치는 선택받은 교회와 메시아와의 일치를 상징한다. 이 잔치에는 흠 없이 깨끗하게, 진복팔단의 정신으로 살았던 이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어린양의 혼인잔치…. 그 날이 기다려 진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