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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원장님, 한약 용량이 너무 많지 않나요?

한의약 이야기/한약이야기

by 巡禮者 2013. 9. 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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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원장님, 한약 용량이 너무 많지 않나요?

 


“모든 약은 독이다. 다만 용량의 차이일 뿐…” 
우리가 잘 아는 이 경구는 서양약리학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셀주스(1453~1541)가 한 말이다. 물론 우리 한의학에서도 일찌감치 약을 독으로 표현하였고 용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한약은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가 커서 안전하기 때문에 용량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것 같다.

20년 전 일본 키다사토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일본에서 쓰는 십전대보탕의 양이 우리나라에서 쓰는 용량의 약 1/6정도인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어떻게 이 용량을 정하였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실험연구에 의해서 정해졌다는 것이다. 중국에 방문하였을 때에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양의 약 두 배 정도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또 다시 놀랐다. 

최근 대만의 순천당제약을 방문하였을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한약 하루 용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내게 물었을 때 약 80~100g을 사용한다고 하였더니 일본에서는 20g, 대만에서는 30g 정도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하여 내가 중국은 우리 두 배 정도를 쓴다고 하니 서로 공감하며 웃고 말았던 적이 있다.  

한약 용량은 구성한약재의 종류나 치료질환에 따라 다르며, 사람의 체질이나 나이, 체중 등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용량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예를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팩에 들어가는 양이 보통 30~40g 정도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1.2 kg을 전탕하여 30팩 정도를 만든다. 그렇다면 이 용량이 과연 최적 용량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용량이 너무 많다. 한약추출기를 사용하지 않던 옛날에는 첩으로 싸서 환자에게 주었다. 이때 약 첩의 부피가 작으면 환자가 항의하기도 하였는데 비싼 돈을 주고 짓는데 왜 그렇게 약첩이 작으냐는 것이다. 그래서 약효에 영향이 가지 않는 약을 넣어 부피를 크게 하는 한의사도 더러 있었던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한약을 처방할 때 자신이 처방한 약에 대해 효과를 신뢰 못할 때도 약 종류와 용량이 많아진다. 기본방으로 가감하지만 기본방에 약을 더하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 이런 여러 가지 영향으로 우리나라 한약처방 용량이 점점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황금의 치매 치료 효능에 대하여 연구한 적이 있다. 황금알코올추출물로 동물실험을 하였는데 1mg/kg에서도 효능이 나타났다. 이는 60kg의 사람이 황금 건재를 약 0.6g, 약 2푼 정도만 달여 먹어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이다. 황금이 매우 적은 용량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처방서에 들어간 황금 용량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소시호탕 등 상한론 일부 처방들을 제외하고는 황금의 1회 용량은 적었다. 용담사간탕 1.3g, 형개연교탕 1.8g, 당귀육황탕1.8g, 가미소요산 2g 등 대개 5푼 이내였다. 예전부터 한의학에서는 황금은 1돈 이하의 적은 용량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인삼 효능에 대한 논문은 세계적으로 수천건이 되며 그중 임상논문도 많다. 그 중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연구는 꽤 많은데 이때 쓰인 인삼용량은 건재로 하루에 약 1~3g 정도이다. 우리가 실제로 쓰는 양보다 훨씬 적은 양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다음 기회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인삼이 체질에 맞지 않다고 하는 것은 체질보다는 용량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천연물신약들은 모두 한약재 추출물이다. 그 중 잘 팔린다는 관절염, 위염 등에 쓰이는 약들의 일회 용량도 건재로 계산하면 5~10g 정도이다. 위에 열거한 실험적인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양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우리가 근간으로 하는 고전 처방서에서의 한약 용량도 그리 많지는 않다.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에는 보통 두 첩이 하루 3회 분량이므로 대표적인 처방들의 1회 용량을 보자. 생맥산 10 g, 이진탕 11.3g, 평위산 12.5g, 황련해독탕 12.5g, 보중익기탕 15.3g, 이중탕 17.5g, 소시호탕 18.8g, 청심연자탕 21.3g, 귀비탕 22g, 쌍화탕 22.5g, 향사육군자탕 23.5g, 갈근탕 23.8g, 십전대보탕 25g 등이다. 

이로 보면 고전처방에서도 그다지 많은 양을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 10~25g을 1회 용량으로 하고 있다. 이는 30팩을 만든다면 300~750g정도의 양이다. 한약도 약이기 때문에 효능이 용량의존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최적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간편한 제형을 만들기도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량을 최적화해야 할까?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가장 좋은 자료는 임상시험 결과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준 높은 임상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므로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용량을 정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만일 연구 결과가 없다면 전통 처방서의 용량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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