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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부자를 전탕할 때 선전(先煎)하는 이유

한의약 이야기/한약이야기

by 巡禮者 2013. 10. 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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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부자를 전탕할 때 선전(先煎)하는 이유

 

부자의 독성성분으로 아코니틴(그림)이 잘 알려져 있지만, 부자 중에는 이 외에도 뿌리와 뿌리줄기에 주된 독성성분인 mesaconitine, hypaconitine 등 diester diterpene alkaloids(DDA)들이 함유되어 있다. 이들은 매우 강력한 심장독성물질이자 신경독성물질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성분에 따라 독성의 차이가 있으며 부자의 독성은 이 성분들이 얼마나 많이 함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독성이 강한 정도에 비례한다.

 

부자 중독 환자들은 신경계, 심혈관계, 위장관 등 다양한 방면으로 증상들이 나타난다. 오심, 구토, 복통, 설사, 현기증, 입, 혀, 사지와 전신 마비, 외한(畏寒) 등의 증상들을 비롯하여 동공산대, 시각모호, 호흡곤란, 조동, 떨림, 대소변실금, 혈압과 체온 하강 등이 나타나고, 심전도상 일과성 심박완만 후 심방 및 심실성 기외수축과 빈맥에 이은 심실세동 등이 나타난다.

 

지난 칼럼에서 부자의 주된 독성성분인 아코니틴은 큐라레와 비슷한 원리로 호흡근 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부자를 과량 복용하여 사망한 예들을 보면 부정맥 때문이다. 부자 중독의 심전도 특징은 아코니틴 중독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아코니틴의 작용기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코니틴은 심근세포의 반응성에 영향을 미쳐 자율성이 항진되어 심장박동 이상을 일으킨다.

 

아코니틴은 심근세포의 전압강응성 Na+ 채널에 개방상태에서 매우 높은 친화성이 있어서 이 채널의 활성화를 지속시킴으로써 불활성화를 저해한다. 그 결과 Na+가 세포 안으로 다량 유입되어 세포막을 탈분극시켜서 Na+채널이 흥분에도 불응하게 만든다. 독성성분 중 Na+채널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성분일수록 LD50이 높은데, 이로 보아 이 기전이 주된 독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코니틴은 후탈분극을 연장시키거나 후탈분극을 빠르게 하며, Na+-Ca++교환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세포내 칼슘을 많게 하고, 미주신경에 영향을 주어 항콜린성 역할을 하는 원인으로 인하여 부정맥을 발생시킨다. 아코니틴을 과량 복용하면 심실 이소성박동, 심실빈박, 토사드팡, 심실세동 등이 용량의존적으로 나타난다. 아코니틴의 부정맥 유발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동물실험으로 부정맥모델을 만들 때 아코니틴으로 부정맥을 유발하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부자 중 아코니틴류는 부정맥뿐 아니라 여러 독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임상에서 사용할 때는 함량을 줄여서 사용하여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코니틴류의 함량을 줄일 수 있는가? 이는 아코니틴류의 성질을 알면 간단하다.

 

아코니틴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물에서 끓이면 가수분해되어 benzoylaconine으로 바뀌게 된다. 이 성분은 아코니틴에 비하여 독성이 약 1/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부자는 전탕할 때 반드시 미리 1~2시간 전에 전탕을 한 후에 다른 약을 넣어서 전탕하는 ‘선전(先煎)’방법을 사용하여 왔다. 즉 선전하게 되면 아코니틴이 benzoylaconine으로 바뀌게 되어 독성이 약 1/10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아코니틴은 효능은 없고 독성만 가지고 있는가? 만약 아코니틴에도 유효작용이 있다면 단순히 이 성분의 함량을 줄이는 것이 능사일까? 또 어떻게 하면 독성은 적으면서 효능은 높게 나타나게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더 이야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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