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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전(先煎), 추출률을 높이거나 독성을 줄인다

한의약 이야기/한약이야기

by 巡禮者 2013. 9. 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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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전(先煎), 추출률을 높이거나 독성을 줄인다

 

 

짧은 전탕으로는 유효물질이 완전히 추출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나 오래 전탕하면 물질이 많이 추출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필요 이상 오래 끓이는 한의사들이 꽤 있다. 실제로 일부 한약재들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추출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하여 처방에 들어있는 모든 한약재를 한꺼번에 오래 끓이는 것은 권할 만한 전탕법은 아니다. 오래 끓일 때 유효물질의 추출이 줄어드는 한약재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이 약재들만 따로 모아 ‘선전(先煎)’한 후에 다른 약재들을 넣고 전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전’이란 일부 한약재들을 다른 한약재보다 30분~1시간 먼저 물에 넣고 끓임으로서 전탕시간을 오래 하고자 하는 전통 한약 전탕 방법이다. 한약을 잘 달이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후하’뿐 아니라 ‘선전’ 역시 잘 지켜야 한다.

유효물질이 쉽게 추출되지 않는 한약재들로는 주로 재질이 딱딱한 石膏, 赤石脂, 磁石, 代   石, 自然銅 등의 광석류, 牡蠣, 石決明, 珍珠母, 蛤粉 등의 패각류, 그리고 龜板, 鼈甲, 穿山甲, 龍骨, 虎骨 등이 있다. 또 厚味 滋補藥 들도 센 불로 오랫동안 전탕하여야 한다. 

선전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약재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온리약에 속하는 ‘부자(附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생부자(生附子)는 aconitine(그림), hypac onitine, mesaconitine 등 진통효과를 나타내는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또한 심장독성을 가지고 있다. 심근세포의 나트륨이온통로를 열어서 나트륨이온이 세포 내로 들어오게 하여 세포막을 탈분극시킴으로써 심근세포의 반응성이 빠르게 하여 심장박동 이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부자를 과량 사용하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과 함께 입이나 혀 또는 사지와 전신의 마비, 오한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심하면 동공산대, 시각모호, 호흡곤란, 떨림, 대소변실금, 혈압 및 체온하강 등이 나타나고 기외수축과 빈맥에 이은 심실세동 등이 나타난다.
그런데 aconitine은 열에 약하여 물에 넣고 끓이면 진통효과는 그대로지만 독성은 훨씬 작은 benzoylaconine으로 바뀌게 된다. 

이 성분은 aconitine에 비하여 급성 독성이 1/10~1/100정도이기 때문에 상용량에서는 중독되지 않는다. 또 계속하여 물에 끓이면 aconine으로 바뀌는데 그 독성은 aconitine의 1/2000 정도이다. 전통적으로 부자를 포제할 때 자법(煮法)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독성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 선전하는 한약재로는 부자 외에도 상륙(商陸) 등이 있다. 그리고 천축황(天竺黃)이나 마자인(麻子仁) 등은 선전하면 효능이 더 높아진다. 석곡(石斛)도 lactone류의 alkaloids를 함유하고 있어서 선전하면 가수분해산물이 더욱 더 많아져 효능이 높아진다.

선전은 매우 중요한 전탕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번거롭다면 포제법을 잘 지키는 것도 독성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부자나 대황을 포제하여 만든 ‘숙부자’나 ‘주증대황’은 독성이나 부작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 포제 외에도 선전으로 만든 고형추출물을 처방 전탕액에 녹여 사용하는 것도 선전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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