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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을 통한 종교간 화합에 대하여...

종교학(宗敎學)

by 巡禮者 2010. 8. 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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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을 통한 종교간 화합에 대하여...   


존경하는 도반이신 고도미니꼬 신부님!


오랫만에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즈음 탁발 수행을 하느라 한국의 장터를 찾아다니면서 시주를 받고 있습니다.


선원 형편이 항상 쪼들리는데다가 아직 해야 할 불사(佛事)가 많은 관계로


예년 같으면 겨울에 한 번 하는데 올해는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어떻든 저에게는 참 소중한 기회이기에 힘이 들 때도 있지만


하루하루 보람되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도지방을 다니는 중인데 벚꽃이며 목련이 활짝 피어


마치 소풍을 나온 기분이 들 때도 있답니다.


 

저번에 신부님께서 보내주신 글을 읽고 빨리 답장을 보내야 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제서야 글을 올립니다.


신부님께서 보내주셨던 글을 읽고 저는 마음에 크게 공감을 하였습니다.


사실은 제가 항상 생각하고 있던 점이기도 했구요.


 

상기하는 의미로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을 옮겨보겠습니다.


  "한민족의 정체를 나타내는 ‘한’은  ‘크다’(전체)와  ‘하나다’(개체)의


  이원적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다석 유영모의 제자인 함석헌의 말처럼


  우리 역사와 우리 문화는 '한'에서 나왔고 '한'을 목표로 하고 나아가야 되며, 모든 민족


  모든 사회의 문화도 역시 '한'에서 비롯되었고 '한'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간의 화합과 대화를 위해 신부님께서 무엇을 지향하고 계시는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이 말씀이야말로 우리 모두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얼마전 신부님의 고귀한 뜻을 알리고자 여러 방면으로 글을 올렸을때


사람들의 반응은 참 여러가지 였습니다.


일부 공감하는 말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불자들은 거칠고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그동안 많이


당해왔다고 생각해서인지 별로 호의적이지 못한 감정이 눈에 많이 뜨였습니다.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모여서 대체 뭘 하겠다는 것이냐', '전시성인 행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이었습니다.


 

그것은 종교간의 대화와 화합의 본질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종교간 대화와 화합은 외적인 행사나 겉치레가 아니고 진정한 의미의 화합


곧 진리 안에서 서로 하나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실상을 깨달아 놓고 보면 성인들의 가르침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화합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잘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정수인 선(禪)이 살아 있기에


우리 민족의 '한'사상으로 모든 종교를 완전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禪)이야말로 '한'을 체득하여 본래 나뉠수 없는 온전한 진리의 세계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줄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청에서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위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대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적극적인 의지로 실천에 옮기고 계시는 신부님에 대하여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신부님의 말씀처럼 종교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더욱 풍성한 열매를 거둘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것이 곧 예수님과 부처님 그리고 모든 성인들의 뜻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증관스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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