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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 “외침만이 아닌 행동으로”/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2. 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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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09) “외침만이 아닌 행동으로”/ 최인각 신부

연중 제3주일 (마태오 4, 12-23) : 하느님 나라를 나누는 향기
발행일 : 2011-01-23 [제2731호, 10면]

 

 


 
생명을 향한 도움의 손길, 어둠을 비추는 빛, 상처를 치유해주는 위로와 용서는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며, 함께 간직하고 나누어야 할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예언자와 성인들은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주시며 꽃다운 향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더욱이 예수님은 그 절정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죄의 어둠을 없애고, 당신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해 온몸을 바쳤던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갈릴래아로 가십니다. 이제는 당신이 직접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가르쳐야 할 때임을 아시고, 그 전면에 나서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백성 가운데 이교(異敎)의 어둠에 가장 위협을 받는 지파들에게 말씀하시기 시작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고장을 찾아가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에게 큰 빛이 되어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십니다. 이는 한편으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시기 위해 행한 행동이었습니다. 겉은 멀쩡하고 화려하지만, 그 속은 어둠과 죽음에 싸여 있는 곳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첫마디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입니다. 그리고 어두운 세상에 빛과 생명을 선물로 주기 위해 제자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십니다. 이렇게 볼 때, 예수님께서 원하신 것은 어둠과 죽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낚아 하늘나라로 옮겨 구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하신 말씀을 묵상하면, 회개와 하늘 나라를 동시에 놓고 보아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회개는 ‘마음을 돌리는 것’을 말하기에, 예수님의 그 말씀은 ‘마음을 돌려 하늘 나라를 차지하여라.’라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대전교구 대품 피정을 하는 부제님들과 함께 여주 모 피정의 집에서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았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선교생활을 하다가 꽃다운 향기를 남기고 떠나간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고 이태석 신부님은 신학생 시절 전쟁과 부족들 간의 싸움, 가뭄, 가난과 질병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수단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사제가 되자마자 선교지 수단으로 떠나십니다. 그가 떠날 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의사이고 사제로서 한국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왜 떠나 고생하려고 하느냐?” 하며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부르는 음성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베풀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아프리카에서 한 생애를 바쳤던 슈바이처 박사와 하와이 몰로이카 섬에서 한센병환자들을 돌보다가 한 생명을 바치신 복자 다미안 신부의 꽃다운 봉사, 10남매를 자갈치 시장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지극정성으로 길러 내신 홀어머니가 보여준 꽃다운 향기가 그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이들, 한센병 환자들, 부족 간의 난투극으로 총상을 입은 자들, 굶주림으로 말미암아 결핵과 풍토병에 걸린 환자들, 공부를 해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조건 없이 다가갔습니다. ‘예수님 같으면 성당보다 병원이나 학교를 먼저 지었을 것이다.’라고 믿으며, 과감히 예수님의 손길을 나누어 주십니다. 전쟁과 가난과 질병으로 상처받은 젊은이들을 위하여 음악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더 큰 삶으로 나아가도록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죽음의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며 살아계신 하느님을 드러내며 온 힘과 정성을 다하다가 너무나 지친 나머지 병을 얻어, 2010년 1월에 선종하였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예수님처럼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 희망이 없는 이들, 굶주린 이들, 질병으로 아파하는 이들, 죽어가는 이들, 미래가 없는 이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단순한 외침이 아닌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를 맛보게 하였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친 그리스도의 향기였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하느님 나라와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일치와 평화를 달콤한 말과 낭만적인 감성으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삶으로 전해주고 나누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장한 꽃향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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