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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유혹을 사랑 증거의 기회로!/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4. 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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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15) 유혹을 사랑 증거의 기회로!/ 최인각 신부

사순 제1주일 (마태오 4, 1-11) : 유혹 이기는 방법
발행일 : 2011-03-13 [제2737호, 10면]

우리는 지난 재의 수요일에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머리에 재를 얹고, 거룩한 회개와 속죄의 삶을 다짐하였습니다. 이 사순시기가 저와 모든 이에게 은총의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특별히, 주님의 은총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유혹들을 과감히 물리칠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놈의 유혹자에게 걸려 넘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혹자는 교활하기 그지없어,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유혹자가 예수님에게도 거침없이 다가가는데, 하물며 ‘흙으로 빚어진 나약한 나’에게는 얼마나 쉽게 다가오겠습니까?

창세기에서의 유혹자인 간교한 뱀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소담스러운 선악과(善惡果)를 가지고 인간을 유혹하여 원죄에 빠지게 합니다. 또한, 오늘 복음의 유혹자는 예수님께 다가와, 먹는 것과 자존심, 명예심 등을 이용하여 교묘히 예수님을 유혹합니다. 참으로 치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떤 때는 하느님의 이름을 이용하기도 하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려는 것을 악용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인간적인 욕구와 욕망을 이용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유혹자가 예수님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달콤하고 교묘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유혹자는 하느님과 우리의 원수이기에 그렇습니다. 인간을 하느님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유혹자의 역할입니다. 그러기에 유혹자는 인간을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며, 의로움을 잊고 죄를 짓게 하며, 생명을 잃고 죽음을 맛보게 합니다. 유혹자는 자유로움을 주는 듯하지만 죄에 얽매이게 하고, 행복을 주는 듯하지만 불행을 전해줍니다. 기쁨을 전해주는 듯하지만 근심 걱정을 안겨주고, 평화를 나눠주는 듯하지만 분쟁을 일으키게 하며, 달콤한 맛을 주는 듯하지만 쓰디쓴 죽음을 맛보게 합니다.

첫번째 인간은 이러한 유혹자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께 불순종의 죄를 지으며, 죄의 유산인 죽음을 인류에게 남겨놓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은 교묘히 다가오는 유혹자를 물리치시고, 믿는 이들에게 은총과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셨기에, 하느님 아버지께는 영광, 당신 자신에게는 승리, 우리 모두에게는 자유의 기쁨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유혹자는 왜 우리 곁에 있는 것일까요? 하느님께서는 유혹자인 뱀을 왜 만드셨을까요?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라 그 창조의 신비는 다 알 수 없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으로부터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유혹자를 마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일랜드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할 때, ‘유혹’에 대하여 강의하신 교수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임마누엘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 것처럼, 유혹자도 우리 곁에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유혹자는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이런 유혹자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혹자를 인생 승리의 도구로 만들고, 유혹을 사랑 증거의 기회로 만드십시오.’

미남 미녀의 유혹자가 다가와도 배우자를 생각하며 그 유혹을 뿌리치고 끊어버리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신의와 사랑을 증거하는 행위입니다. 불의를 눈감아 달라며 건네주는 돈을 거절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명예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거부하는 것은 진리와 정의를 증거하는 행위입니다. 살려줄테니 배교하라는 유혹에 굴하지 않는 것은 신앙을 고백하며 증거하는 행위입니다. 그 밖의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하느님을 증거하는 행위로,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는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유혹을 받습니다. 이를 고통과 번민의 순간으로 여기기보다 하느님을 증거하고 하늘나라의 보화를 쌓는 기회로 만든다면, 유혹은 더 이상 유혹이 아니라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어떤 청년이 ‘주님,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하시고 악에서만 구하소서’라며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그 청년은 그렇게 기도했지만, 나는 그렇게 산 것이 아닌가 하며 반성했습니다. 저와 같은 반성을 하는 분이 있다면 서로 기도해주기로 합시다. “모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사랑을 증거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그리하여 정한 날에 기쁨의 웃음을 지으며 만납시다.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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