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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4. 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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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14)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 최인각 신부

연중 제9주일 (마태오 7, 21-27) 하느님 나라 가는 법
발행일 : 2011-03-06 [제2736호, 10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하느님 나라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단지 입으로만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바라시는 당신의 뜻을 실천해야 함을 알려주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심판 날에 많은 이들이 ‘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하더라도,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라고 선언하겠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선택하시어 세상에 파견하시며 ‘가서, 만민을 제자로 삼아 복음을 전하고 마귀를 쫓아내며 아픈 이들을 고쳐주는 기적을 행하라.’라고 하셨는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많은 일을 한 이들에게 왜 ‘불법을 일삼는 자들’이라고 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파견 받은 이들(제자들)이 파견한 이(예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파견한 이를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主客顚倒]. 이처럼 본래의 뜻이나 정신을 잊어버리고 주객이 전도되는 일들이 우리의 일상에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특별히 무지와 권력이 야합하여 일이 진행될 때,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 앞에서 불법을 일삼는 자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나는 하느님의 협조자이지, 하느님이 나의 협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 아버지를 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나 자신을 그분의 도구로 내어 드리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본분과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많은 일을 행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은 쉬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라 여기고 주님의 이름으로 행하지만, 정작 하느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뜻에 따라 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에 대한 식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식별력이 부족할 때, 자신의 뜻을 하느님의 뜻이라고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식별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말씀을 읽고 그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어리석은 사람이 행하는 것이 되어 모두 무너지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삶의 든든한 반석이 되어 주시는 것입니다. 지금 나의 삶은 아무리 거센 풍랑이 밀려와도 무너지지 않는 반석 위의 슬기로운 자의 집인지, 아니면 완전히 무너질 어리석은 자의 집인지를 잘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하느님의 뜻이나 모두의 이익보다는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들과 이에 동조하여 작은 이득이라도 얻어 보려고 애쓰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픕니다. 중동과 그 이외 지역의 독재자들과 그 집단이 저지르는 부정과 비리와 불의, 비민주적인 장기집권, 부정축재와 이에 대항하는 국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정말로 ‘불법을 일삼는 자들의 행동’입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픔과 어둠을 넘어 한 생애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온 인류에 큰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었던 이들이 있어 한편으로 위로가 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마더 데레사, 김수환 추기경과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추구하는 작은 성인들이 있어 한편으로 마음이 흐뭇합니다. 그분들은 정말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반석 위에 빛나는 집을 지어 바친 위대한 거인들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누군가로부터 흐뭇한 사람, 슬기로운 사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다시금 다짐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용기와 희망을 달라고!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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