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725) 마음이 산란할 때의 기도/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5. 27. 07:24

본문

 

[복음생각] (725) 마음이 산란할 때의 기도/ 최인각 신부

부활 제5주일 (요한 14, 1-12)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
발행일 : 2011-05-22 [제2747호, 10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성모성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을 보내며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가끔 마음이 산란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 둘 곳조차 없어 가슴이 답답하고, 앞길이 캄캄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고 살맛나지 않는 ‘산란한 마음’ 말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산란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헤쳐 나가며 자유로움을 얻으십니까?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죽임(잠시 떠남, 못 봄)을 당하더라도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제자들을 달래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라고 표현하십니다. 당신의 떠남은 우리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요, 당신의 다시 오심은 우리를 그 자리에 앉혀주기 위해 데리러 오심이기 때문에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보면, 당신의 떠나심과 다시 오심은 우리를 아버지 집에 있게 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토마스는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이 말을 듣고 예수님께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토록 자세히 설명했는데, 못 알아듣고 다른 이야기를 하다니…. 하지만 예수님은 이에 개의치 않으시고 토마스에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뵌 것이라는 말씀으로, ‘당신께서 하느님이심’을 밝히시는 부분입니다.

이 말씀에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음이 드러나는 표현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라고 말씀하시며, 당신께서 바로 하느님으로서, ‘당신을 보았으면 하느님을 뵌 것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당신을 소개하십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아버지와 당신은 분명히 다른 존재이지만, 하나이심을 밝히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와 어떤 관계이며,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어떤 일을 하시는지 명확히 설명해 주시면서, 당신을 믿으라고 하소연하시는 듯합니다. 하느님이신 당신께서 무엇이 아쉬워서, 이해하지 못하고 알아보지 못하며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달래가며 말씀하시는지, 그 모습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 마음이 답답하고 산란하셨겠지만, 당신의 이런 마음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제자들이 당신의 떠남에 불안해할까 봐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라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을 위로하십니다. 이러한 예수님께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고 다가간다면, 예수님은 감동하실 것입니다.

저는 요즘,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기도를 하면, 예수님께서 금방 도와주시는 것을 체험합니다. 예를 들면, ‘길이요 진리이시며 생명이신 예수님, ∼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상처가 치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예수님, ∼를 용서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도를 하면, 산란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주 간단하고 짧은 기도이지만, 그 효과가 참으로 좋습니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해도 한없는 인내로 도와주시는 분께서는, 우리가 희망과 믿음을 갖고 기도하면 응답하시기 위해 즉시 달려와서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용기를 내어 기도해 보십시오. 산란한 마음이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