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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 성소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5. 2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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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24) 성소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최인각 신부

부활 제4주일 (요한 10, 1-10) 거룩한 부르심
발행일 : 2011-05-15 [제2746호, 10면]

 

오늘 주님께서는 “나는 양들의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양들로 여기시어, 당신의 푸른 목장으로 초대하십니다. 구원의 푸른 목장에서 그분의 음성을 들으며 풀을 뜯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행복이 밀려옵니다.

오늘은 주님의 목장에서 행복하게 노닐며 기쁘게 풀을 뜯는 양들에게 목자의 사랑과 보살핌을 충분히 받도록 봉사할 젊은이를 초대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성소주일입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지내면서 제가 며칠 전 신학생들에게 했던 훈화 내용 일부(더 큰 열정과 야망을 갖고 사제직에 임할 마음을 갖자)를 여러분에게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 5월 아름다운 성모님의 달, 신록의 계절을 맞으며 여러분과 함께 ‘젊음과 열정’ ‘야망과 도전의식’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며칠 전 피겨 여왕 김연아(스텔라)의 경기를 보며, 김연아 선수가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만의 열정과 야망과 도전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또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요한 바오로 2세입니다. 우리 민족을 특별히 사랑하셨던 교황님은 많은 성무활동을 하시며 인류, 특히 젊은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셨습니다. 저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이 있던 날, 그분에 관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카롤 보이티아 신학생이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주님, 이제부터 하느님 당신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라고 했던 기도가 계속 제 머릿속에 맴돕니다.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령하여, 신앙의 자유를 박탈하고 인권을 무시하며, 자유를 제한하던 시대에 분연히 일어나 사제직의 삶을 결정하고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며 바친 한 신학생의 기도였지만, 이미 교황으로 준비된 이의 열정적 마음이며, 기도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신학생들에게 그런 젊음과 열정, 야망과 도전의식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김연아 선수와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이 열정적인 삶을 산다면, 우리는 ‘성인 신학생’, ‘성인 신부’라는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우리 신학생들의 젊음과 열정, 야망과 도전 의식은 ‘거룩함’이 아닌가 합니다. 적당한 타협이 아닌, 과감한 투신이 포함된 거룩함의 정진 말입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생의 기쁨, 진리를 전해주기 위해 자신의 온 존재를 십자가 위에서 살라 바치셨습니다.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이들에게 보복하지 않고, 지극히 크고 넓은 마음으로 용서와 자비를 베풀며, 구원의 거룩한 희생 제사를 바치셨습니다. 스승이시며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가기 위해 그 뜻을 받들고 시작한 우리 사제직의 성소! 정말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용맹정진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이 신학교에 입학할 때, 다짐했던 거룩한 용맹정진의 마음을 기억하며, 주어진 삶을 여한 없이 살아봅시다.

막 피어나는 푸른 나뭇잎보다 더 푸르게, 진한 라일락 꽃향기보다 더욱 진하게,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철쭉과 장미보다 더욱 아름답게,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나비보다 더 자유롭게, 우리가 생각했던 거룩함보다 더욱 거룩하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보다 더 뜨겁고 밝게 거룩한 빛을 내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거룩함의 승리가 여러분의 것이 되게 해 달라고. 그리고 우주의 모든 피조물도 감동하는 천주의 사제가 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 우리 신학생들이 하느님 당신을 향한 열정을 뜨겁게 갖도록 도와주시고, 온 세계를 끌어안으며 정의와 사랑을 실천할 큰 힘을 주시며, 북극과 남극의 추위를 녹일만한 뜨거운 가슴을 주소서. 주님, 또한 사랑을 실천하는 마더 데레사의 섬세함도 주시며, 천 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는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통찰력을 내려주소서. 어떠한 고통과 번민 속에서도 용감히 일어나 당신의 빛을 전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어둠과 죽음을 이기고 승리한 많은 순교자와 성인 성녀들처럼 빛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우리 신학생들이 잘못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훈화와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 더욱 훌륭한 신학생으로서 사제직에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격려하기 위해 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히 따르고자 하는 성소자들을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그들이 훗날에 우리의 영혼을 하느님께 인도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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